[선거비실사 의혹]거리로 나선 野, 청와대 총공세

  • 입력 2000년 8월 30일 18시 41분


이회창(李會昌)총재를 선두로 한 120여명의 한나라당 의원들과 당직자 등 250여명은 민주당의 선거비용 실사 개입 의혹에 대한 항의의 표시로 30일 오전 서울역 광장∼세종로∼광화문∼청와대 앞까지 한 시간여 동안 가두 침묵시위 행진을 벌였다.

▼李총재 앞장서 대열 이끌어▼

○…의원과 당직자들은 3열로 늘어서 오전 11시20분경 서울역 광장을 출발. ‘쟁취, 특검제 국정조사’라는 문구가 적힌 어깨띠를 둘러맨 이총재는 남경필(南景弼) 이성헌(李性憲)씨 등 젊은 의원들과 함께 선두에서 대열을 이끌었다.

이들은 ‘부정선거 축소은폐 규탄’ ‘거짓말정권 부도덕한 정권 국민들은 분노한다’ 등의 문구가 적힌 피켓과 플래카드 등을 들고 행진.

○…행진 도중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앞과 청와대를 500여m 남겨둔 지점에서는 한나라당 종로지구당 소속 당원 30여명이 연도에 나와 ‘이회창’을 연호했고 “이회창 총재님 수고 많았습니다. 다들 수고 많았습니다”라며 격려의 박수를 보내기도.

반면 대부분 시민들은 무관심한 반응. 그 중 일부는 길이 막히자 짜증스러운 표정을 짓기도. 이 때문에 일부 나이 든 의원들은 행진 후 “굳이 뙤약볕 아래에서 이렇게 걸어야 했나”라며 투덜대기도. 그러나 다른 시민들은 “기업 돈줄도 막히고 나라의 모든 길이 다 막혔는데 이 정도 길 막히는 게 뭐 어떠냐”는 반응을 보이기도.

▼청와대 길목서 경찰이 제지▼

○…대열이 청와대 앞 200여m 지점에 이르자 여경 40여명과 함께 기다리고 있던 최화영(崔和榮)종로경찰서장이 “총재님 죄송합니다. 더 이상은 불가능합니다”라며 제지했다. 이에 이총재는 ‘알았다’는 뜻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앞줄에 서 있던 여경 5, 6명과 악수한 뒤 의원들과 함께 대기하고 있던 버스에 올랐다.

○…의원과 당직자들은 행진 후 한 식당에 모여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은 불법사실을 은폐했다가 대통령이 물러난 ‘워터게이트’ 사건을 상기하라. 역사와 국민을 속일 경우 이 정권은 비참한 말로를 맞게 될 것”이라는 내용의 성명서를 채택. 이총재도 “대통령과 정권은 이 뜻을 정확히 인식해야 어려운 정국을 풀 수 있을 것”이라고 경고.

<선대인기자>eodl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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