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저 한상입니다…" 병상 노모 극적 상봉

  • 입력 2000년 8월 18일 16시 21분


"가지 마라. 날 두고 어디 가냐. 한상아…".

헤어진지 50여년만에 가진 30분간의 짧은 만남, 또 기약없는 긴 이별.

어머니 김애란씨(87)의 생존을 확인하고도 서울 체류기간 만나지 못해 애태우던 북측 방문단의 양한상씨(69)가 평양으로 떠나기 직전인 18일 오전 4시경 천신만고 끝에 신촌세브란스병원에서 모자(母子)상봉을 했다.

병상에 누운 채로 아들을 만난 어머니 김씨는 "한상아…. 아이고 한상아…" 라고 울부짖으며 50년간 참아 왔던 눈물을 쏟았다. 양씨도 "저 한상입니다, 어머니. 연락도 못 드리고 장남 구실도 못해 죄송합니다"며 큰 절을 한 뒤 노모를 부둥켜안고 30여분 내내 흐느꼈다.

어머니 김씨는 다른 아들들의 도움으로 자신의 손에 끼고 있던 반지를 빼 한상씨의 손가락에 끼워주려고 했으나 워낙 손가락에 힘이 없는지 잘 되지 않아 안타깝게 했다.

양씨는 15일 서울 도착 직후부터 어머니가 심한 빈혈과 어지럼증으로 기동이 불가능해 상봉장인 한국종합전시장(코엑스)이나 워커힐호텔로 올 수 없다는 소식에 내내 가슴을 태웠다.

양씨가 서울 마포구 서교동 어머니 자택을 찾는 것을 불허했던 남북적십자 당국은 김씨의 건강이 갑자기 악화돼 병원에 입원하게 되자 18일 새벽 절충을 통해 병원에서 모자상봉 기회를 주자는데 합의했다.

상봉 후 호텔로 돌아온 양씨는 이날 오전 8시경 김포공항으로 출발하기 직전 가족들의 휴대전화로 다시 한번 어머니와 통화했다.

"어머니, 갔다가 금방 오겠습니다. 통일이 돼 다시 올 때까지 꼭 살아계셔야 합니다. 꼭…".

<전승훈기자>rap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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