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15 이산상봉]방북단 최고령자 강기주씨 사연

  • 입력 2000년 8월 17일 13시 09분


"남측에서 이산가족 상봉시 둘째 아들 경희(62)가 살아있다는 소식을 접했을 때도 정말 믿기지 않았습니다만 이렇게 직접 만나고 나니 오래 살기를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평안북도 영변군이 고향으로 이번 남측 이산가족 방문단 중 최고령자인 강기주(91.서울 도봉구 도봉6동)씨는 "1·4후퇴 당시 동네 사람들과 함께 피난오다 날이 너무 춥고 길도 멀어 9살난 경희를 청천강 인근 친척집에 맡겨두고 오게 됐다"고 당시를 술회했다.

그는 "아들 경희를 만난 평양에서의 사흘간은 앞으로 영영 잊을 수 없을 것"이라면서 연신 아들의 빰과 얼굴을 어루만졌다.

감격적인 단체상봉 이후 소화불량으로 식사를 제대로 못하고 있다는 강씨는 개별상봉 때는 "너무 기뻐서 눈물도 말도 잘 안 나온다"며 "내일이면 또다시 헤어져야한다는 사실이 무척 가슴 아프지만 아들이 북한에서 잘 살고 있다니 한편으로는 마음이 놓인다"고 담담하게 소감을 밝혔다.

강씨는 "앞으로 남북이 서신왕래나 전화로 안부를 물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소박한 기대감을 표시했다.

그는 당초 상봉자료에 적혀 있던 딸에 대해서는 "원래 서울에 살고 있는 큰아들을 비롯, 아들만 둘이 있으며 딸은 낳아 본 적이 없다"며 "아마도 북측에서 남측의 이산가족 방문조회시 뭔가 착오가 있던 것 같다"고 말해 이번 이산가족 방문사업이 상당한 시행착오가 있었음을 시사했다.

[평양=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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