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여대생 이산상봉 자원봉사나서

  • 입력 2000년 8월 11일 18시 55분


“역사적인 현장에서 작은 힘이나마 보탬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니 벌써부터 가슴이 떨리네요.”

8·15 남북이산가족 상봉행사에 자원봉사를 자청하고 나선 일본인 여대생 가네마루 가요(金丸佳代·25·일본 도야마대 언어학과 3년). 그는 10일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그런대로 유창한 한국말로 기대와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4일 한국에 와 홀로 지방 여행길에 나섰던 가네마루는 자신의 단골 숙소인 서울 송파구 방이동 올림픽파크텔이 북측 방문단의 남쪽 가족들이 묵을 장소로 지정됐다는 소식을 듣곤 깜짝 놀랐다. 그는 그 길로 모든 여행 일정을 중단하고 호텔을 찾아가 자원봉사를 자청했다.

호텔측은 이번 상봉 행사의 성격상 자원봉사자를 쓰는 것이 적합하지 않아 전문 서비스 직원만을 투입하려 했기 때문에 처음엔 가네마루의 요청을 완곡히 거절했다. 하지만 그의 부탁이 워낙 간곡해 이례적으로 그의 뜻을 받아들여 14일부터 18일까지 호텔안내를 맡기기로 했다. 가네마루는 이번 상봉행사에서 유일한 자원봉사자인 셈.

“이산가족들에게 예쁘게 보이려면 역시 한복을 입어야겠죠? 한국어가 서툴러 걱정이지만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정 안되면 짐운반이라도 해야지요.” 가네마루는 97년 9월 대학 소프트볼팀 대표선수로 한국 국가대표팀과 친선경기를 갖기 위해 한국을 처음 방문했다. 처음 만난 사람에게 가족보다 더욱 ‘살갑도록’ 식사와 잠자리를 챙겨주던 한국 사람들의 배려에 그는 큰 감동을 받았다.

“한국어를 몰라 감사의 마음을 충분히 표현하지 못한 것이 마음에 걸려 귀국하자마자 본격적으로 한국어를 배우기 시작했어요.”

한국어를 공부하면서 한국의 정(情) 문화에 푹 빠져버린 가네마루는 98년부터 지금까지 10번이나 한국을 찾았다.

“한국을 통해 일본을 정확히 볼 수 있었고 또 비로소 어른으로 성장한 것 같아요. 이번 봉사는 한국이 나에게 베푼 은혜를 갚을 수 있는 소중한 기회라는 생각합니다.”

자원봉사를 위해 당초 15일 귀국하려던 계획도 늦춘 가네마루의 얼굴에서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

<최호원기자>bestig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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