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미영 北측 방문단장 차남 "어머니 공개상봉 않겠다"

  • 입력 2000년 8월 10일 01시 18분


“어머니가 내려오시더라도 다른 사람 앞에서 만나고 싶지 않습니다.” 부모가 모두 월북하는 바람에 10년 이상 정보기관의 감시에 시달려온 최인국씨(53·서울 송파구 가락동). 9일 자택을 찾아간 기자에게 그는 ‘가족 월북의 상처’가 컸던지 인터뷰를 거절하다 간신히 입을 열었다. 최씨는 8·15 남북이산가족상봉의 북측 방문단장으로 15일 서울에 오는 유미영(柳美英·78·천도교청우당 중앙위원장)씨의 둘째 아들. 유씨는 3공화국 시절 외무장관을 지낸 남편 최덕신(崔德新)씨와 함께 86년 월북했다.

유씨의 2남3녀 가운데 최씨와 맏딸 근애씨(62), 막내딸 순애씨(48)는 서울에 살고 있고 장남 건국씨(58)와 경애씨(51)는 각각 독일과 미국에 거주하고 있다.

최씨의 부인 이모씨(45)에 따르면 2, 3년 전까지만 해도 정보기관 요원들이 시도 때도 없이 들이닥쳐 부부가 노이로제에 걸릴 정도로 감시가 심했다.

이 때문에 최씨는 직장을 10번이나 옮겨다녀야 했다. 최씨의 잦은 실직으로 부인 이씨가 행상과 파출부 일로 겨우 생계를 꾸려왔다. 15평 남짓한 지금의 아파트도 98년 처가의 도움으로 겨우 마련한 것.이씨는 “돌아보기도 싫은 참으로 지긋지긋한 세월이었다”고 회상했다.

한편 최씨의 막내 여동생 순애씨는 “어머니가 오시리라고는 전혀 예상치 못했다”며 “보통 이산가족과는 다르지만 이번 기회에 만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국내에 살던 최씨 등 3남매가 월북한 부모와 전혀 연락을 하지 못한 데 반해

69년부터 독일에서 살고 있는 맏아들 건국씨는 사업차 북한을 드나들며 어머니를 자주 만났다.

건국씨는 “지난달 평양에서 뵈었을 때 최근 남북관계에 대해 큰 기대와 흥분을 나타내시던 모습이 떠오른다”며 “우리 가족도 한자리에 모여 뜨겁게 포옹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준석·최호원기자>cij199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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