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에 그리던 아들 오건만…" 99세 치매 모친 못알아봐

  • 입력 2000년 8월 8일 19시 16분


북한측으로부터 이산가족 방문자의 명단이 전달된 8일 충남 아산시 탕정면 명암리 이종덕씨(63)는 안타까움으로 가슴이 미어지는 것 같았다.

꿈에도 그리던 형님이 온다는데 정작 가장 기뻐해야 할 어머니는 형님을 못알아 볼 상태에 빠져 있기 때문이다.

“어머니, 이제 일주일만 기다리시면 종필이 형을 만날 수 있대유.”

“뭐라구, 누구를 만난다구.”

8일 대한적십자사로부터 북한에 있는 형 이종필씨(69)가 북측 이산가족 방문자로 확정되어 15일 서울로 온다는 소식을 전해들은 이씨는 어머니 조원호씨(99) 귓가에 대고 외쳤으나 조씨는 눈만 끔뻑거렸다. 어머니 조씨는 이번 상봉에서 남한측 최고령자. 그러나 10년전부터 치매를 앓고 있어 “종필이가 누구여”라고만 대답할 뿐 이었다.

종덕씨는 “어머니가 형을 만나려고 지금까지 살아계신 것 같은데 치매로 전혀 의식하지 못하니 가슴이 미어진다”고 말했다.

종덕씨는 “형이 6·25전쟁때 대전공립학교에 다니다 의용군으로 끌려간 뒤 50년 동안 생사조차 확인되지 않아 적십자사에 상봉신청도 하지 않았다”며 “형이 상봉을 신청해 생사가 확인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6·25전쟁때 큰형 종우씨도 실종됐고 아버님 보영씨는 57년도에 돌아가셔서 셋째인 내가 장남역할을 해왔다”며 “어머니가 치매를 앓기 전 가끔 하늘을 보며 아들생각에 눈물을 훔쳐내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는 2∼3일 안으로 누나 종완(66) 남동생 종국(60), 여동생 종혜씨(57)와 만나 상봉준비를 할 생각. 종덕씨는 “상봉전까지 어머니의 기억을 되살릴 수 있도록 갖은 노력을 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아산〓이기진기자>doyoc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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