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장관급회담]北대표단 방문 이모저모

  • 입력 2000년 7월 31일 19시 27분


제1차 남북장관급회담의 북측 대표단은 2박3일간의 일정을 마치고 31일 오후 8시15분경 중국민항편으로 서울을 떠났다. 북측대표단은 이날 공동보도문 발표와 함께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을 면담했으며 오후에는 경기 기흥 삼성전자공장 등을 둘러봤다.

○…오전 9시35분경 공동발표문 작성을 위해 회담장에서 만난 박재규(朴在圭)남측 수석대표와 전금진(全今鎭)북측 단장은 약 15분간에 걸쳐 서로의 노고를 치하하며 덕담.

박수석대표는 “회담 중 잘못 비쳐진 것이 있다면 이해해 달라. 마음속으로는 (언제나) 약속대로 (북측의 입장을) 존중했다”고 말했고 전단장은 “그런 의혹 전혀 없다. ‘0(零)’이다. 감사만 있다”고 화답.

발표문을 검토하고 9시50분경 회담장을 나온 양측대표에게 기자들이 ‘회담 결과가 어떠냐’고 묻자 박수석대표는 전단장을 향해 “대단히 잘됐다고 하십시오”라고 권했고, 전단장은 특유의 느릿한 말투로 “잘 됐습니다”라고 답변.

○…남북대표단은 청와대 면담을 마친 뒤 서울 서초구 서초동의 ‘봉희설렁탕’에서 설렁탕과 양무침 수육 등을 안주삼아 반주를 곁들인 오찬을 함께했다.

동행한 양영식(梁榮植)통일부차관은 북측 김영신대표가 헤드 테이블로 오자 상석을 권하면서 좌중을 향해 “평양은 냉면이고 서울은 설렁탕”이라며 분위기를 잡았다.

남측 박수석대표는 북측 전단장에게 “이게 백년 산다는 ‘백세주’”라며 술을 권했고 이어 여기저기서 ‘통일을 위하여’라는 건배제의가 잇따랐다.

오찬이 끝난 뒤 남측 서영교(徐永敎)대표는 밖으로 나오면서 북측 문화성 부상인 김영신 대표에게 “차관님, 평양에 가면 남과 북이 부를 노래를 하나 작곡하여 함께 부르자”고 제안.

○…오후 2시경 기흥 삼성전자공장에 도착한 북측 전단장은 공장을 돌아보며 “여기 노무자들도 전문 지식과 기술이 있겠죠” “기술자들은 어떤가” “삼성 전체 매출액이 얼마냐”고 묻는 등 깊은 관심을 표시.

전단장은 인사말에서 “경협은 제일 앞장서야 할 분야”라면서 “삼성과 우리 사이에 협력은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고 강조.

삼성전자 윤종룡부회장은 인사말을 통해 “북에 갔다 어제 귀국했는데 김용순(金容淳)아태평화위원장으로부터 열렬한 환영을 받았다”며 “열기가 대단했다”고 소개.

○…전금진단장은 서울 출발에 앞서 김포공항 귀빈실에서 서면으로 내놓은 성명을 통해 “나라의 통일과 민족의 부흥 발전을 이룩하려는 쌍방의 이해와 목적의 공통성으로 이번 상급회담이 과거의 타성에서 벗어난 새로운 방식으로 잘된 것으로 평가한다”고 언급.

전단장은 “2차 평양회담은 물론 앞으로의 회담들에서 쌍방이 이해와 단합 정신으로 상정된 문제들을 협의해 나간다면 북남공동선언을 훌륭하게 이행해 나갈 수 있을 것”이라며 “우리 일행을 따뜻이 환대해준 서울시민과 남녘동포 여러분에게 감사를 드린다”고 덧붙였다. 이날 중국민항 CA126편으로 중국 베이징(北京)으로 출발한 북측 대표단은 베이징에서 하룻밤을 묵은 뒤 1일 낮 고려민항편으로 평양에 귀환할 것으로 알려졌다.

○…남북은 이번 회담에서 사소한 문구나 절차를 놓고 소모전을 벌이지 않았고 실질적인 진전이 있도록 노력함으로써 실사구시(實事求是)정신을 잘 살렸다는 평가. 남북 공동발표문 작성과정에서도 합의서명식 등 번거로운 절차를 생략했고, 30일 본회담에서도 기조발제를 공개하며 치열한 신경전을 펼치던 과거와 달리, 끝까지 기조발제 내용을 공개하지 않아 눈길.한편 북측대표단은 회담기간 중 신라호텔 상황실에 설치된 6회선의 서울∼평양 직통전화선을 이용해 수시로 회담상황을 상부에 보고했다는 후문.

<윤영찬기자>yyc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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