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장관급회담]대표단 무슨 얘기 나눴나?

  • 입력 2000년 7월 30일 19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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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도착▼

29일 오후 북측대표단 서울 도착직후 김포공항 귀빈실에서 엄낙용(嚴洛鎔)재정경제부차관과 전금진(全今鎭)북측단장의 대화.

▽엄차관〓기자들이 요란하게 환영해줘서 어떻습니까.

▽전단장〓요란한 환영은 좋습니다. 좋은 일입니다. 준비하는 측이 수고가 많습니다. 찾아오는 측은 날아오면 되지만 준비하는 측은 사사건건 다 해야 하니까요.

▽엄차관〓귀하신 손님을 맞이하는 기쁨이 있습니다. 전선생이 그동안 남쪽 관련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많은 수고를 하셨습니다.

▽전단장〓수고는 많았는데 이뤄진 것이 없어 마음이…. 이번에는 희망과 기대를 갖고 있습니다.

▼신라호텔 도착▼

29일 오후 북측대표단 신라호텔 도착직후 박재규(朴在圭)통일부장관과 전금진단장의 대화.

▽전단장〓386세대 젊은 분들이 끼워 넣지 않는다고 불만이 많습니다.

▽박장관〓우리도 386세대가 있습니다. 전단장께선 (서울방문이) 처음이 아니시죠.

▽전단장〓70년대 몇 번 왔었습니다. 남북조절위 때 4차례 왕래했습니다. 오늘 보니 감회가 깊군요. 서울이란 도시는 변함이 없는데 사람들 의식이 워낙 변했습니다. 화해의지 통일의지가 있었습니다.

▽박장관〓베이징을 경유하느라 시간이 많이 걸렸지요.

▽전단장〓평양에서 상당히 일찍 떠났습니다. 새벽 5시쯤 일어났습니다.

▽박장관〓남한은 (정상회담에 대한) 언론 지지율이 높습니다. 여론조사가 93∼98% 정도 됩니다. 북은 어떻습니까.

▽전단장〓150% 지지합니다.

▽박장관〓93%는 100%와 같습니다. 이쪽(남)은 60∼65%만 돼도 높습니다. 93% 이상은 대단합니다. 단장께서는 93∼98%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전단장〓서울시민 눈을 보면 다 압니다. 육감으로 느낍니다. 고장난명(孤掌難鳴)이라는데 한 손으로는 손바닥을 마주칠 수 없습니다. 함께 큰 소리를 냅시다.

▽박장관〓아름다운 소리를 냅시다.

▽전단장〓아름답고 큰 소리가 나도록 합시다. 그렇게 될 것입니다. 이남에서 93∼98% 지지하고 북에서 150% 지지하니 잘 될 것입니다.

▼첫회의 앞서▼

30일 오전 장관급회담 첫 회의에 앞서 박장관과 전단장의 대화.

▽박장관〓잘 쉬셨습니까.

▽전단장〓지난밤 용꿈을 꿔서 결과가 잘 될 것입니다.

▽박장관〓만나면 정들고 정들면 행복이라고 했습니다. 아무쪼록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좋은 틀을 짜서 7천만 겨레에게 행복한 선물을 주도록 같이 노력합시다.

▽전단장〓일면여구(一面如舊)라는 말이 있습니다. 한번 만나면 친구가 된다는 말입니다. 평양에서 만나 이미 친구가 됐고 이번에 두 번째이니 이면여구입니다. 두 번 만났으니 삼단친구가 됐습니다. 평양 상봉과 회담 때 목란관 연회에서 박수석대표 선생이 경애하는 장군님 관심 속에서 환대 받은 것으로 회고됩니다. 그 감동을 가지고 잘 해나갑시다.

▽박장관〓잘 기억합니다. 김위원장이 좋은 합의문을 만들었으니 고위급회담이 열리면 예술적 작품을 만들어 보라고 했습니다. 좋은 예술작품을 만든다는 생각으로 하면 좋은 결과가 나올 겁니다.

▽전단장〓평양 상봉과 회담은 우리 민족을 대결에서 화해로, 분열에서 통일로 돌려세운 하나의 사변이었습니다. 우리가 지속해서 큰 예술작품을 만듭시다.

▽박장관〓(기자들을 가리키며) 취재 열기가 높습니다.

▽전단장〓열기를 식히지 말고 상승시켜 화해시대 단합시대 통일시대를 열어 나가는 사명을 훌륭히 수행합시다.

<이철희기자>klim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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