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회창총재 '大使순례 외교' 발거음 분주

  • 입력 2000년 7월 9일 18시 32분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총재가 최근 각국 대사들과 잇따라 회동을 가지며 활발한 ‘대사순례 외교’를 펼쳐 눈길을 끌고 있다.

이총재는 7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스티븐 보스워스 주한 미국대사 부부와 만찬을 함께 하며 남북관계 등을 주제로 환담했다. 이에 앞서 이총재는 지난달 14, 15일 이탈리아와 호주대사, 21∼23일에는 러시아 일본 독일대사와 잇따라 만찬 또는 오찬을 함께 하며 남북관계 현안과 국제정세 등에 관한 의견을 나눴다. 한반도 정세에 영향력이 큰 주변 4강과 서방 국가 중 최초로 북한과 외교관계를 맺은 이탈리아 대사 등을 모두 만난 것.

겉으로 이런 회동은 그동안 미뤘던 각국 대사의 초청에 응하거나 다케시타 노보루(竹下登)전 일본총리의 문상 형식을 띠고 있지만 따로 ‘속뜻’이 있다는 분석이다.

남북정상회담을 전후해 변화하는 한반도 및 동북아정세를 챙기면서 대선을 앞두고 ‘국제정치인’으로서의 이미지를 새로 심기 위한 행보라는 게 측근들의 전언.

주진우(朱鎭旴)총재비서실장은 “4·13총선과 총재경선을 거치면서 ‘대세’를 굳힌 자신감을 바탕으로 ‘국제정치인’으로서의 위상을 구축하기 위한 것”이라며 “각국 대사와의 만남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총재의 한 측근은 “이총재는 지난 대선 당시 국제 외교가에서 ‘무명인’에 가까웠다는 점을 패인의 한 요인으로 생각하는 것 같다”며 “최근 행보는 이런 약점을 극복하기 위한 것”이라고 풀이했다.

이총재는 같은 맥락에서 하반기 중 미국 중국 러시아 등 주요국을 방문할 계획을 세우고 방문 일정을 조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선대인기자>eodl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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