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대표 언론관]我田引水식 불만

  • 입력 2000년 7월 6일 23시 49분


여야 대표가 6일 언론 보도에 대한 ‘아전인수(我田引水)식’ 불만을 동시에 공개 표출해 빈축을 사고 있다.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총재는 ‘4·13’ 총선의 ‘부정선거’에 대해 언론이 함구하고 있다는 주장이었고 민주당 서영훈(徐英勳)대표는 이총재에 비해 자신의 활동에 관한 보도가 빈약하다는 불만이었다.

이총재는 이날 국회 본회의 대표 연설에서 ‘4·13’총선에서 여권이 부정선거를 했는데도 “언론은 이에 함구했고 지금도 함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총재는 또 “온 언론이 남북정상회담 개최 발표 뉴스에 눈을 팔고 있는 사이에 막후에선 엄청난 금품 살포가 있었다는 것을 아는 국민은 다 알고 있다”고도 했다.

그러나 이총재는 부정선거의 내용은 무엇인지, 언론이 무엇을 함구하고 있다는 것인지 전혀 설명하지 않았다. 아무 근거도 없이 언론을 부정선거의 방조자로 몰아세운 것이다.

서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 민주당총재실에서 열린 당6역회의에서 박병석(朴炳錫)대변인을 찾아 “(내가) 어렵게 수해복구 지구도 가고 김수환(金壽煥)추기경도 만났는데 기사가 한 줄도 나지 않는 것은 대변인 책임이 아니냐”고 말했다.

이에 박대변인이 당황하자 서대표는 “이회창총재는 날마다 모이는 행사도 기사가 나는데 이쪽은 언론과 담을 쌓았는지…. 작심한 듯 안나온다”며 언론 보도의 ‘형평성’을 문제삼았다.

정당 총재와 대표의 비중을 동일하게 봐야 하는지의 문제는 차치하고 보기에 따라선 언론에 대한 압력으로 비칠 수 있는 말이다. 이와 관련, 여권 실세들이 자신을 홀대한데 대한 불만의 표출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그러나 그 배경이 무엇이든 여야 대표가 약속이나 한 듯 언론에 대한 불만을 공개적으로 언급한 것은 그 형식이나 내용면에서 사려 깊지 못하다는 지적이다.

그렇지 않아도 최근 여야 정치인들 간에는 자신들의 구미나 주문대로 보도해 주지 않는 언론에 대해 ‘악의’ ‘저의’ 운운하며 일방적으로 매도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해 새로운 형태의 언론 탄압이 아니냐는 논란이 이는 상황이다.

<윤승모기자>ysm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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