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의 정상회담 읽기]"한반도 평화의 기적 일어난다"

  • 입력 2000년 6월 14일 23시 58분


남북한 정상회담의 훈풍은 남북한 관계는 물론 북한과 미국 등 외부 세계와의 관계에도 해빙을 가져올 것인가. 전문가들도 가세한 ‘정상회담 읽기’에서 각국 언론은 남북이 총칼을 녹여 쟁기를 만드는 ‘평화의 기적’을 연출해 낼 가능성에 점점 무게를 두고 있다.

미국 뉴욕타임스지는 13일 사설에서 “남북한이 이처럼 평화적인 관계로 나아간 일은 과거 어느 때에도 없었다”고 평가한 뒤 “북한이 자초했던 외교적 고립상황에서 벗어나 국제사회로의 통합을 꾀하기 시작한 만큼 (북한이) 위험한 불량국가(rogue state)로 취급받지 않게 될 것이라는 희망을 가져도 좋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북한의 고립은 미국의 테러국가지정에 큰 영향을 받은 것이어서 미국의 이 같은 시각 변화는 향후 북한의 국제사회 진입을 위한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뉴욕타임스는 “클린턴 행정부가 국가미사일방어체제(NMD) 구축에 나선 이유는 예측하기 어려운 북한의 장거리미사일 개발계획 때문”이라며 “이런 우려는 여전히 설득력을 지니고 있다”고 여운을 남겼다.

미국의 조 록하트 백악관대변인은 “이번 회담이 아시아 지역의 긴장을 해소시킬 것”이라고 평가했으며 필립 리커 국무부대변인도 “이번의 역사적 만남이 (앞으로 지속될) 많은 만남의 첫 번째이기를 강력히 희망한다”고 말했다.

일본의 북한방송 전문청취기관인 라디오 프레스의 스즈키 노리유키(鈴木典幸)이사는 남북 정상이 화해와 통일협력 등 4개항에 합의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이는 한반도의 긴장이 상당히 수그러졌다는 분명한 신호이기 때문에 한반도 주변 4강이 이를 환영하지 않을 수 없다”고 풀이했다.

영국의 파이낸셜 타임스지는 14일 한국과 북한은 모두 남북정상회담을 한반도가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등 지난 한 세기 동안 그들의 운명을 결정해온 외세의 간섭으로부터 자신의 운명에 대한 통제권을 되찾을 수 있는 기회로 보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그동안 남한에서 악마의 현신으로 묘사되던 김정일(金正日) 북한 국방위원장의 이미지가 이제는 오래 헤어졌던 형제의 이미지로 급격히 변화된 것이 남북한의 새로운 조화의 한 상징이 되었다고 지적했다.

일본 언론 일부가 회담이 북한측 주도로 진행되고 있다고 꼬집는 등 신중론을 펼치기도 했으나 14일 오후부터 “남북정상회담이 한반도를 긴장으로부터 공존으로 전환시키는 계기가 될 뿐만 아니라 동북아시아의 안정에도 기여한다”는 긍정적 평가로 대거 돌아섰다.

<워싱턴·도쿄·파리〓한기흥·심규선·김세원특파원>eligi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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