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정상회담성과따라 '보안법 논란' 불거질듯

  • 입력 2000년 6월 12일 19시 37분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이 현행 국가보안법상 ‘반국가단체’인 북한에 들어가 이 단체의 ‘장(長)’인 김정일(金正日)국방위원장을 만나 악수를 나눈다.

김대통령은 또 이 자리에서 인사말로 북한 주민들의 순수한 모습과 한국을 방문했던 교예단들의 뛰어난 기술을 ‘칭찬’한다.

국가보안법을 형식 논리적으로 적용하면 김대통령의 이 같은 행위는 ‘회합 통신’과 ‘찬양 고무’행위에 해당하는 듯 보인다.

그러나 이번 정상회담을 법적인 잣대로 따지는 것은 한마디로 난센스다. 기본적으로 이번 방북은 ‘법’을 초월한 ‘초법적 통치행위’이기 때문이다.

최고 통수권자의 통치행위가 사법 심판의 대상이냐 아니냐에 대해서는 학자들마다 이론이 있다. 그러나 ‘고도의 정치적 결단에 속하는 국정행위로서 국민의 기본권 침해와 직접 관련이 없는 사안’이라면 법의 잣대로 따질 수 없다는 것이 공통된 의견이다.

박정희(朴正熙)정권 당시의 이후락(李厚洛)중앙정보부장이나 노태우(盧泰愚)정권 때의 박철언(朴哲彦)씨가 통치권자의 ‘결단’에 따라 북측을 접촉한 것도 ‘통치행위’였다.

물론 현행 법률에 따르더라도 문제될 것은 없다.

국가보안법은 ‘국가의 존립과 안전, 자유 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태롭게 할 것을 알면서’ 반국가단체에 이로운 행위를 한 경우에만 적용된다. 남북교류협력법도 ‘교류와 협력’을 목적으로 당국의 허가를 받으면 법의 보호를 받으며 북한과 협력할 수 있다.

그러나 이번 정상회담의 성과에 따라서는 북한 관련법의 제정이나 개정이 시급할 것으로 보인다.

김위원장이 김대통령의 방북에 이어 서울을 방문해 ‘국가원수’의 대접을 받고 거리거리에서 환호 인파가 몰리게 되는 ‘현실’과 국가보안법으로 대표되는 ‘규범’이 서로 혼란을 겪는 상황이 뻔하기 때문이다.

검찰 관계자는 “통일이 되더라도 국가보안법이 전혀 불필요한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실제로 국가보안법은 ‘반국가단체’를 ‘정부를 참칭(僭稱·감히 자칭함)하거나 국가를 변란(變亂)할 것을 목적으로 하는 국내외의 결사 또는 단체’로 정의하고 있으며 ‘북한’이라는 표현은 쓰고 있지 않다.

검찰 관계자는 “북한의 노동당규약이 ‘남한의 적화혁명’을 목표로 하고 있어 보안법의 주요 상대방이 북한일 뿐”이라며 “북한이 적화혁명을 포기하는 순간 보안법의 대상인 반국가단체에서 제외된다”고 설명했다.

<신석호기자>ky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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