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보는 남북정상회담]분위기 화기애애 "통일 건배"

  • 입력 2000년 6월 8일 19시 43분


12일 오전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을 비롯한 정상회담 대표단이 탄 한국 국적의 항공기가 평양 순안공항에 내린다. 비행기 문이 열리고 김대통령과 부인 이희호(李姬鎬)여사가 환한 미소와 함께 손을 흔들며 트랩을 내려간다. 영접 나온 북측 고위 인사들과 남측 선발 대원들이 뜨거운 박수로 일행을 맞이한다. 이어 예포나 국가 연주가 없는 간단한 환영식을 마친 김대통령 일행은 숙소인 백화원초대소로 향한다.

이날 오후 김대통령은 1차 단독 정상회담 장소인 만수대의사당으로 이동한다. 김정일(金正日)국방위원장이 회담장 입구까지 나와 김대통령을 반갑게 맞는다.

두 정상은 날씨와 건강 등을 화제로 30분가량 가벼운 환담을 나눈다. 김위원장에 대한 상당한 사전 지식을 쌓은 김대통령은 그의 저서 등에 관심을 보이며 얘기를 풀어간다. 17세 연하인 김위원장은 깍뜻이 존칭을 써 가며 김대통령의 얘기에 화답한다.

이어 두 사람은 기록원 등 극소수의 배석자만을 남겨 두고 수행원들을 물리친 뒤 단독회담에 들어간다. 주요 현안에 대한 입장차가 커 합의가 쉽지는 않지만 분위기는 화기애애하다. 저녁에는 김위원장 주최의 만찬이 있다. 하이라이트는 한반도의 평화와 조국의 통일을 기원하는 김대통령과 김위원장의 건배.

다음날인 13일 오전 김대통령은 고구려 유적지 등을 방문한다. 이희호여사는 평양산원과 평양학생소년궁전 등을 찾는다. 오후에는 2차 단독 정상회담이 열린다. 회담은 전날보다 더욱 길어진다.

회담이 끝나고 두 정상은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회담장을 나와 상호 합의한 내용에 바탕한 공동선언문을 발표한다. 경협의 획기적 확대와 이산가족 상봉을 위한 면회소 설치 등이 주내용이다. 저녁에는 남측이 만찬을 주최한다. 공동선언문이 나온 뒤여서 참석자들은 홀가분하고 더 정에 넘치는 표정들이다.

마지막날인 14일 대표단 일행은 아침부터 귀환 준비로 바쁘다. 김대통령은 오전 북측의 환송 행사에 참석한 뒤 북측이 내준 승용차로 평양∼개성간 고속도로를 달려 분단의 상징인 판문점을 넘는다.

<문철기자>fullm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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