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당 정당활동비 신고]장을병씨 '체감비용' 최다

  • 입력 2000년 5월 18일 19시 29분


선거비용 신고액에 잡히지 않은 16대 총선 후보자들의 각종 정당활동비의 실체가 드러나고 있다.

○…정당활동비는 수천명의 인원이 동원되고 음식물 제공이 뒤따르는 지구당대회 비용을 포함해 정책개발비 선전비 등이 주요 항목이어서 사실상의 선거관련 비용으로 볼 수 있다는 게 선관위의 분석. 그러나 현역의원들이 선거일 직전까지 무제한 실시한 의정보고회 활동비용은 신고항목이 아니라는 이유로 이번 공개대상에서 빠져 여전히 선거비용 감시의 ‘사각지대’로 남았다.

○…법정선거비용과 정당활동비를 합친 ‘체감(體感)선거비용’을 가장 많이 쓴 후보자는 민주당 장을병(張乙炳·강원 동해-삼척)후보로 7억9679만원을 신고. 특히 체감선거비용을 3억원 이상 쓴 후보자는 110명으로 이 중 82.8%인 91명이 민주당 소속. 한나라당은 14명, 자민련은 5명. 한나라당에서 체감선거비용을 가장 많이 지출한 후보는 최병렬(崔秉烈·서울 강남갑)당선자로 4억1863만원을 신고.

○…정당활동비가 많이 투입된 선거구는 대부분 박빙의 접전지역. 법정선거비용과 정당활동비 신고액을 합쳐 3억원이 넘는 당선자 57명 중 63.2%인 36명의 선거구가 서울(21) 인천(3) 경기도(12) 등 수도권 지역.

이밖에 눈길을 끈 당선자는 비용지출 5위인 민주당 이인제(李仁濟)당선자와 당선자 227명 중 가장 많은 정당활동비(4억8448만원)를 신고한 민주당 임종석(任鍾晳·서울 성동)당선자. 4선 중진인 한나라당 이세기(李世基)의원을 꺾은 임당선자는 ‘386’세대의 상징적 주자.

○…정당별로는 ‘여화야빈(與華野貧)’현상이 특징. 지구당과 중앙당 시도지부 신고액을 모두 합친 정당별 총액 평균은 186억원. 정당별로는 민주당이 620억원으로 가장 많았으며 △한나라당 325억원 △자민련 260억원 △민국당 79억원 순. 한편 청년진보당은 3500만원으로 최소액을 기록.

후보자들의 체감선거비용은 한나라당이 1인당 평균 1억8244만원인데 비해 민주당은 2억8102만원으로 1.5배나 많은 것으로 집계.

▼각당 회계보고/정책개발費 쥐꼬리-'공약정당' 헛구호▼

각 정당의 정당활동비 지출내용을 살펴보면 여야가 그동안 표방해온 ‘정책정당’이 헛구호에 그친 느낌이다.

올 1월1일부터 5월3일까지 각 정당의 회계보고서를 분석하면 전체 지출총액 중 정책개발명목으로 쓴 비용은 3.7%(한나라당 5.6%, 민주당 2.0%, 자민련 7.9%, 민국당 0.6%) 수준. 각 정당간 정책개발 경쟁을 통한 건전한 선거문화 정착은 아직 요원하다는 점을 실증적으로 보여주는 수치다.

수입액의 ‘목돈’은 선거철 때문인지 선거비에 집중됐다. 각 정당의 지출총액 중 22.6%가 선거비. 정당별로는 자민련이 30.4%로 가장 높았으며 △한나라당 25.7% △민주당 17.3% 순이었다. 공식 선거비 이외에 다른 항목에서 전용된 경우도 고려하면 선거비 지출액은 더욱 많았으리라는 게 선관위의 분석.

당선자 222명(무소속 5명 제외)의 지구당 활동비 신고내용도 마찬가지 경향을 보였다. 당선자 1인당 평균 정책개발비는 376만원으로 인건비 등 기본경비(4759만원) 조직활동비(1705만원) 등에 비하면 턱없이 적었다. 심지어 정책개발비로 단 한푼도 쓰지 않은 당선자가 전체의 38.7%인 86명이었다.

<정연욱기자>jyw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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