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대국회 평가]국감때 의원 지적사항 1건당 830만원

  • 입력 2000년 5월 17일 19시 34분


한국 국회의원들은 의정활동 중 국정감사에 가장 큰 비중(28.8%)을 두고 있으며 국회기능의 근간이라고 할 법안심사(21.19%)와 예산결산심사(18.73%)에는 상대적으로 비중을 덜 두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언론 조명받는 국감에 신경▼

이같은 양상은 동아일보가 한국의회발전연구회(이사장 오연천·吳然天 서울대 행정대학원교수)와 공동으로 15대 의원들을 상대로 3월에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드러났다. 설문은 의정활동 전체를 100으로 놓고 분야별 중요성을 %로 표시해달라는 내용이었으며 15대 의원 299명 중 193명이 이에 응답했다.

의원들이 국정감사를 중시하는 이유는 국정감사에 언론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현실과 무관치 않은 듯하다. 즉 골치아픈 법안이나 예산 심의에 매달리기보다 국정감사에서 ‘한건’ 터뜨리는 것이 자신의 활동을 부각시키기에 더 유리하다는 계산이다.

▼의원 299명에 年661억 투입▼

의회발전연구회 소속 함성득(咸成得·고려대) 임동욱(林東郁·충주대)교수와 박찬표(朴璨杓)국회도서관연구관 등 연구팀은 설문조사 결과 나타난 의정활동 분야별 중요도를 의원들에게 투입된 비용에 대비하는 방법으로 15대 국회의 활동실적도 평가했다.

15대 국회 내내 의원 1명에게 직접 투입된 비용은 연평균 2억2129만원(세비, 의원회관 사무실 지원비, 의원보좌직원 인건비 포함)으로, 299명에게 지급된 비용 총액은 연간 661억6735만원. 이 중 국정감사의 경우는 의원들이 쏟는 비중(28.8%)을 감안할 때 연간 190억5620만원이 들어간다는 계산이 나온다. 국정감사가 해마다 정기국회 때 한차례, 20일간의 일정으로 실시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결코 적은 돈이라고 하기 힘들다.

국정감사에서 행정부에 대해 의원들이 제기하는 지적사항은 연평균 2295건이니, 약 830만원이 투입돼야 지적사항이 한 건 나온다는 얘기가 된다.

▼법안 1건 가결에 1억 넘게들어▼

의정활동에서 30.3%의 비중을 점한 지역구 민원 처리 등 ‘기타 업무’에 드는 비용을 이런 식으로 계산하면 연간 200억원이 넘는다. 잡무비용치고는 너무 많다. 그렇다고 법안이나 예산처리에 쓰인 비용이 적은 것도 아니다. 15대 국회 4년 동안 의원들이 제출한 법안은 총 1144건(연평균 286건)으로 이중 461건(연평균 115건)이 가결됐다.

15대 의원들이 쓴 연간 총비용에 ‘법안심사’의 가중치(21.19%)를 적용한 ‘법안심사 비용’을 따지면 연간 140억2086만원. 의원들이 법안 1건을 발의해 가결시키기까지 1억2192만원이 들어간 셈이다.

<윤승모기자> ysm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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