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필씨 정치위상 위축…5·16기념식장 '침울'

  • 입력 2000년 5월 16일 19시 22분


'5·16' 39주년을 맞은 16일 자민련 김종필(金鍾泌)명예총재는 '4·13' 총선 이후 모처럼 바쁜 하루를 보냈다. 5·16민족상 시상식 및 수상자들과의 오찬, 국립묘지 참배 등 그동안 골프회동 이외엔 바깥출입을 극히 자제해온 JP로선 가장 일정이 많았다.

그러나 이날 JP의 발걸음은 무거워 보였다. 꼭 1년 전과 비교해도 JP의 위상은 몹시 위축됐기 때문이다. JP는 준비해온 짤막한 식사를 통해 "오늘날 우리가 누리고 있는 평화와 번영도 조국근대화 세력의 땀의 결정"이라며 "그러나 우리 사회에 어제에 대한 고마움을 망각하는 일이 왕왕 있음은 안타까운 일"이라고 말했다. 그리곤 더 이상의 언급을 자제했다. 역사의 '기승전결론(起承轉結論)' 등 매년 5·16 때면 한 마디씩 던져온 화두도 이날은 없었다. 소회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도 JP는 "(기자들) 보기도 싫다"고 한마디를 던진 뒤 피해버렸다.

지난해 같은 행사에서 JP가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의 고 박정희(朴正熙)대통령 기념사업 적극 지원방침에 대해 "만시지탄(晩時之歎)이 있지만 잘된 일"이라고 환영을 표했던 데 비춰보면 격세지감을 느낄 만했다. 5·16재단 관계자들도 "오늘처럼 행사 분위기가 착 가라앉은 적은 최근 몇 년 동안 없었던 것 같다"고 허탈한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JP는 앞으로 정치적 행동반경을 점차 넓혀갈 예정이다. JP는 이날 아침 청구동 자택을 찾은 강창희(姜昌熙)사무총장에게 다음주 당선자 연찬회 및 대전지역 간담회 참석과 6월 초 일본방문 계획을 밝힌 뒤 "당사에도 일이 있으면 자주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철희기자>klim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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