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에 비료 20만t 지원]정상회담 앞둔 신뢰 메시지

  • 입력 2000년 5월 7일 20시 18분


정부가 북한의 식량난을 고려해 인도적, 동포애적 차원에서 비료 20만t(약 640억원)을 지원키로 한데 대해 관계자들은 이같은 지원이 남북정상회담의 앞길을 ‘부드럽게’ 만드는 역할을 하리라고 기대한다.

정상회담 준비접촉이 회담 절차와 의제 등을 놓고 완전한 합의에 이르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같은 대북지원은 정상회담과 향후 남북관계에 대한 남한측의 의지를 북한측에 거듭 확인시켜 줄 것으로 본다는 의미다.

물론 정부는 공식적으로 대북 비료지원이 정상회담과는 상관없는 ‘인도적 차원’의 지원이라는 점을 누누이 강조한다. 통일부 홍양호(洪良浩)인도지원국장은 7일 “이번 비료지원은 정상회담과는 전혀 관계가 없으며 다만 총선일정이나 정상회담 발표로 인한 불필요한 오해를 방지하기 위해 지원 발표시기를 늦추었던 것 뿐”이라고 설명했다.

통일부 관계자들은 또 정부가 그동안 국제사회를 통해 대북 간접지원은 꾸준히 해 왔음을 지적하고 이번 비료지원은 ‘간접지원’이 ‘직접지원’으로 바뀐 것일 뿐이라고 부연했다.

지원규모를 20만t으로 결정한 것은 95년부터 정부 차원에서 북한에 무상으로 지원해 온 규모에 맞춘 것.

정부 당국자는 “95년부터 북한에 무상지원한 규모는 연평균 750억원에 이른다”고 설명했다.

비료는 작물의 생육기인 5∼6월에 집중적으로 뿌려져야 하는데 선적에서 수송 배급에 이르기까지 걸리는 시간을 감안하면 늦어도 이달 초순에는 비료를 실은 배가 북한으로 출발해야 한다는 것이 정부 관계자들의 얘기. 북한의 지난해 식량 생산량은 422만t으로 96만t 가량이 부족하고 비료는 매년 70만∼80만t 정도가 부족한 것으로 추정돼 왔다.

정부가 올해에도 이처럼 상당량의 비료를 북한측에 ‘대가’ 없이 지원하게 됨으로써 정상회담 준비과정에서 신뢰 분위기를 조성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정상회담 합의의 대가로 남측이 북에 제공해야 할 갖가지 형태의 지원과 경협의 신호탄이 아니겠느냐”는 시각도 있는 것이 사실이어서 정상회담 준비접촉이 순조롭게 진행되지 못할 경우 논란거리를 제공할 가능성도 없지는 않다.

<김영식기자>spear@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