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수회담/여야의원 긴급제안]정범구-김부겸 당선자

  • 입력 2000년 4월 23일 22시 58분


《24일의 김대중(金大中)대통령과 이회창(李會昌)한나라당총재 간 회담은 과거의 여야 영수회담과는 다른 정치적 환경의 산물이고, 따라서 그 무게와 국민이 거는 기대치가 다르다. 영수회담을 앞두고 민주당과 한나라당의 신인 당선자들이 두 당 총재에게 ‘드리는’ 고언(苦言)을 소개한다.》

▼정범구 민주당 경기 고양 일산갑 당선자▼

국회의장 선출도 의원들의 자유선택에 맡기되, 의장으로 선출되는 사람은 당적을 이탈하도록 했으면 좋겠다. 이를테면, 이런 가시적인 조치 하나만 영수회담에서 합의해도 여야관계는 상당히 달라질 것이다. ‘만날 때’ 뿐, 돌아서면 얼굴 붉히는 영수회담은 이제 더 이상 되풀이돼서는 안 되는 것 아닌가.

대통령이 개혁의 중심을 확고하게 잡고 가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이번 영수회담을 통해 원내 및 당내에 정책적 차별성을 가진 분파를 인정하고, 의원들끼리 크로스보팅을 통해 정책공조도 이뤄낼 수 있는 새로운 분위기를 만들어줘야 한다. 만사를 당론으로 해결하려 하고 여야 모두 의원 숫자 확보에 매달려 힘을 소모하는, 신물나는 ‘정쟁정치’에 종지부를 찍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물론 대전제는 국가적인 어젠더, 정치권 전체의 방향성에 대한 여야 영수의 신뢰 회복이다. 피차 마음을 열고 상대를 이해해야 한다. 예를 들면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은 남북정상회담과 관련해 한나라당이총재가 밝힌 상호주의 포기불가 등 몇 가지 ‘전제’에 대해 설득할 것은 설득하되 수용할 것은 수용해야 한다. 야당은 선거사범이나 병역비리 수사 등의 문제를 꺼낼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런 문제는 대통령으로서 원론 이상 언급할 수 없는 사안이다. 그런데도 이를 빌미로 야당이 영수회담의 의미를 격하하거나 하면 과거와 달라질 것이 없다고 본다.

▼김부겸 한나라당 경기 군포 당선자▼

24일 여야 영수회담에서는 근본적인 발상의 전환이 있어야 할 것이다. 여야 총재가 이번 회담을 통해 ‘큰 정치’를 보여줘야 한다는 얘기다. 이는 이번 총선을 통해 확인된 민의, 즉 ‘더 이상 여야가 극한 대결로 치닫지 말고 타협의 묘미를 살려 생산적인 정치를 하라’는 뜻을 겸허히 따르는 것이기도 하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 국정 전반을 책임지는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이 야당을 진정한 국정 파트너로 인식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과거에 박정희(朴正熙)대통령도 그런 적이 있듯이 김대통령이 이번 총선의 혼탁성을 인정하는 진솔한 모습을 보일 경우 영수 회담의 성과를 한층 높일 수 있지 않을까. 이회창(李會昌)총재도 과거와 달라진 모습을 보여야 한다. 불가피한 정황이 있었다해도 과거처럼 사사건건 정부 여당의 발목을 잡는 식의 구태를 벗어 던지고 제1당 영수답게 여유와 자신감을 보이는 것이 바람직하다. 무엇보다 남북정상회담 등 민족적 중대사에 대해서는 흔쾌히 초당적으로 협력하겠다는 뜻을 밝히는 자세를 보여야 할 것이다.

특히 영수 회담만 끝나면 양 총재가 나눈 회담 내용을 놓고 측근들이 서로 헐뜯으며 티격태격하는 모습도 이젠 사라져야 한다. 총선 후 당선 인사차 만난 많은 지역주민들은 “이젠 (1인 보스의) 홍위병 노릇은 절대 하지 마라”고 입을 모았다. 이 얘기가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김대통령이나 이총재가 너무나 잘 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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