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대권주자 후보 명암]이회창-이인제 "이젠 용꿈을"

  • 입력 2000년 4월 14일 19시 08분


6대 총선은 여야의 차기 대권주자들의 위상에도 상당한 변화를 몰고 올 전망이다.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총재와 민주당 이인제(李仁濟)선대위원장은 당내 입지를 더욱 굳히는 계기가 된 반면 유력후보로 거론되던 일부 인사들은 낙선으로 그 대열에서 탈락하는 등 명암이 극명하게 엇갈렸다.

▼한나라당▼

○…한나라당은 제1당을 차지하자 이회창총재의 대권가도에 푸른 신호등이 켜졌다고 보는 분위기다. 이총재는 14일 기자회견에서 “국민의 재신임을 위해 국민을 위한 정치를 해나갈 것이다. 우리당은 제2창당 발걸음을 가속화할 것이다”면서 대권행보를 가속화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이총재는 특히 다음달 중 전당대회를 열어 총재 재신임을 물은 뒤 우선 당을 확실하게 장악한다는 구상이다.

한나라당 내에서는 현재 △김덕룡(金德龍)부총재 △선대위원장과 선대본부장을 각각 맡아 총선을 이끈 홍사덕(洪思德), 서청원(徐淸源)의원 △차세대주자 트리오로 불리는 이부영(李富榮)원내총무와 강재섭(姜在涉), 강삼재(姜三載)의원 △손학규(孫鶴圭)당선자 등이 대권도전 후보군으로 거론된다.

특히 강재섭 강삼재의원은 한나라당의 영남권 싹쓸이 분위기를 바탕으로 ‘영남후보론’을 기치로 연합해 5월 전당대회에서 당권도전에 나설 것으로 보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이번 총선과 관련, 이들이 이총재에게 책임론을 제기하며 당권에 도전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같은 분위기로 볼 때 한나라당에서는 이총재가 대권행보를 가속화하는 가운데 대권도전 후보군에 속하는 인사들이 당분간 관망하는 자세를 보일 가능성이 높다.

▼민주당▼

○…민주당의 경우 차기 대권주자들의 명암이 크게 엇갈리는 상황.

이인제선대위원장은 자신이 총력을 기울인 충청권의 민주당 후보들이 선전하고 당의 총선결과도 약진한 것으로 평가돼 여권 내 차기 대권주자로서 우위를 점한 셈.

또 당권도전의사를 밝힌 김근태(金槿泰)지도위원과 이번 총선에서 재기한 정대철(鄭大哲)당선자도 차기 대권후보군으로 거론된다. 호남의 한화갑(韓和甲)지도위원과 박상천(朴相千)원내총무도 8, 9월로 예정된 전당대회에서 최고위원에 도전한 뒤 ‘꿈’을 넓혀간다는 복안이다.

반면 차기 대권주자로 거론되던 노무현(盧武鉉)의원과 이종찬(李鍾贊)고문, 김중권(金重權)지도위원 등은 낙선의 고배를 마셔 앞날이 불투명하다.

그러나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이 권력의 조기누수를 방지하는 차원에서 여권 내 차기 대권 논의를 조기허용하지 않을 전망이어서 이위원장을 제외하고 나머지 인사들은 당분간 직접적인 움직임을 자제할 것으로 보인다.

▼자민련▼

○…자민련 이한동(李漢東)총재는 신보수대통합과 중부정권창출을 기치로 김종필(金鍾泌)명예총재에게 합류, 이번 총선을 통해 자민련의 외연(外延)을 넓히고 대권도전을 향한 기반을 조성하려 했으나 수도권에서 겨우 자신의 지역구를 살리는 데 그치고 말았다.이제

수도권에서 ‘단기필마’로 남은 이총재는 작지 않은 고민에 휩싸이게 됐다. 당장 선거패배의 책임론에 시달릴 가능성도 없지 않다. 이총재는 14일 새벽 당사에 들러 “어떻게 이럴 수가 있느냐”며 영호남 대결구도 고착화를 한탄했다.

‘TK의 차세대주자’를 꿈꿔오던 박철언(朴哲彦)부총재도 4선의 문턱에서 좌절했다. 박부총재는 김영삼(金泳三)정부 시절 ‘슬롯머신 사건’에 연루돼 수모를 당하고도 재기했으나 이번에는 지역감정의 장벽을 넘지 못했다.

<김차수·양기대·이철희기자>kimc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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