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당의 공조선언은 한나라당 서청원(徐淸源), 자민련 조부영(趙富英)선대본부장이 맡았다. 두 사람은 국회 귀빈식당에 나란히 앉아 정부의 남북정상회담 발표를 ‘신(新)관권선거’로 규정하는 6개항의 공동발표문을 나눠 읽으며 ‘우의’를 과시했다. 발표문도 거의 모든 문장을 ‘우리 양당은…’이라고 시작해 마치 두 당이 오래 전부터 같은 길을 걸어온 것 같은 인상까지 줬다.
자연히 관심은 양당이 총선 후에도 공조를 계속할지에 쏠렸다. 총선 결과 여야 4당 중 어느 당도 단독으로 과반 의석을 확보할 가능성이 희박한 상황이어서 이 문제는 더더욱 관심을 모으는 대목. 자민련의 조본부장은 이날 “중대하다고 인식을 같이하는 사안이 있다면 공조할 수도 있는 것 아니냐”면서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한나라당의 서본부장은 “공조 여부는 이 자리에서 말할 사안이 아니다”고 분명히 선을 그었다.
그러자 민주당은 양당의 틈새 벌리기에 주력했다. 김한길대변인은 “적의 적은 친구라는 논리 때문에 망한 분이 많다. 야당의 합의사항을 봤더니 별 내용이 없더라”고 애써 무시했다. 그러나 ‘한-자 공조’를 반드시 ‘일회성’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시각도 적지 않다.
자민련의 한 관계자는 “국민회의와 자민련의 공조를 예상한 사람이 얼마나 됐느냐”며 “양당도 15대 총선 후 부정선거 진상조사위 활동을 같이하다 결국 대선까지 공조하지 않았느냐”고 반문했다.
<송인수·이철희기자>is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