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3 총선]한나라-자민련 "급한불 끄자" 합심

  • 입력 2000년 4월 11일 19시 51분


16대 총선 투표일을 이틀 앞둔 11일 민주당이 남북정상회담 발표로 세를 얻는 기미를 보이자 그동안 틈만 나면 싸우던 한나라당과 자민련이 전격적으로 손을 잡아 눈길을 끌었다.

양당의 공조선언은 한나라당 서청원(徐淸源), 자민련 조부영(趙富英)선대본부장이 맡았다. 두 사람은 국회 귀빈식당에 나란히 앉아 정부의 남북정상회담 발표를 ‘신(新)관권선거’로 규정하는 6개항의 공동발표문을 나눠 읽으며 ‘우의’를 과시했다. 발표문도 거의 모든 문장을 ‘우리 양당은…’이라고 시작해 마치 두 당이 오래 전부터 같은 길을 걸어온 것 같은 인상까지 줬다.

자연히 관심은 양당이 총선 후에도 공조를 계속할지에 쏠렸다. 총선 결과 여야 4당 중 어느 당도 단독으로 과반 의석을 확보할 가능성이 희박한 상황이어서 이 문제는 더더욱 관심을 모으는 대목. 자민련의 조본부장은 이날 “중대하다고 인식을 같이하는 사안이 있다면 공조할 수도 있는 것 아니냐”면서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한나라당의 서본부장은 “공조 여부는 이 자리에서 말할 사안이 아니다”고 분명히 선을 그었다.

그러자 민주당은 양당의 틈새 벌리기에 주력했다. 김한길대변인은 “적의 적은 친구라는 논리 때문에 망한 분이 많다. 야당의 합의사항을 봤더니 별 내용이 없더라”고 애써 무시했다. 그러나 ‘한-자 공조’를 반드시 ‘일회성’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시각도 적지 않다.

자민련의 한 관계자는 “국민회의와 자민련의 공조를 예상한 사람이 얼마나 됐느냐”며 “양당도 15대 총선 후 부정선거 진상조사위 활동을 같이하다 결국 대선까지 공조하지 않았느냐”고 반문했다.

<송인수·이철희기자>is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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