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선거' 현황 점검]"우린 돈 없다…상대黨엔 많을것"

  • 입력 2000년 4월 8일 19시 23분


‘4·13’총선전이 막판에 이르자 여야 중앙당과 전국 표밭 곳곳에서 ‘금권선거’공방이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다. 이는 무엇보다 여야 모두 ‘막판 돈 살포’를 우려하며 미연에 막아보자는 동기에 따른 것.

실제로 여야 후보들 입에서는 “예나 지금이나 막판에 표를 돈으로 사는 매표(買票)는 위력이 있다”거나 “내키지는 않으나 박빙의 혼전에서 승부를 내려면 하는 수 없다”는 얘기가 공공연히 흘러나온다.

하지만 여야는 한결같이 “이렇게 돈 없이 선거를 치르기는 처음”이라며 ‘돈 가뭄’을 호소한다. 각 당은 특히 통상 투표일을 4, 5일 앞두고 지급하는 막판 지원금에 대해서도 “그럴 돈이 없다. 있다면 상대당일 것”이라며 잡아뗀다. 실제로 15대 총선 때의 “여당후보들은 돈을 물 쓰듯 퍼붓고도 남는다”는 수준의 얘기는 별로 들어보기 힘들다.

그러나 최근 벌어지는 여야의 공방내용이나 기업 쪽에서 들려오는 소리를 들어보면 이번에도 금권선거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없음을 느낄 수 있다. 한나라당은 민주당을 향해 “대기업 등으로부터 이미 엄청난 규모의 선거자금을 갹출, 뿌리기에 착수했다”고 주장하고 있고, 민주당은 한나라당을 향해 “‘세풍(稅風)’ 잔여금 등 비축된 자금을 뿌리고 있다”고 반격하고 있다.

‘돈’의 속성상 어느 쪽 주장도 정확히 검증되기는 힘들다. 문제는 유권자의 판단. 새 천년, 새 세기 처음으로 치러지는 선거에서 ‘돈’과 ‘주권’의 거래상황이 재연되느냐의 여부에 대한 책임은 이제 유권자도 공유할 수밖에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각 당이 ‘돈선거’ 공방을 벌이면서 밝히고 있는 자당 사정을 종합해본다.

▼경합지 이달 3000만원씩 지급▼

○…한나라당의 ‘공식 선거예산’은 정당 국고보조금 23억원과 선거보조금 96억원 등 119억원. 이 가운데 54억여원은 지역구와 비례대표후보 등록비(각 2000만원)로 털어 넣었다. 여기에다 △지구당 개편대회 지원비용 11억3000만원 △광고비 20억원 △여론조사비 10억원 △사무처직원 월급 10억원과 기타 비용이 들어 현재 잔고는 1억원 미만이란 게 재정국 관계자의 얘기.

한나라당은 이달 1일을 전후로 자체 조사한 결과 ‘초경합 지역’으로 분류된 곳에 한해 최고 3000만원까지의 ‘오리발’을 지급했다는 후문. 9일 이회창(李會昌)총재의 기자회견에 참석하는 서울 지역 45개 지구당위원장에게는 ‘차비’ 명목으로 100만∼200만원이 지원될 예정.

▼서울지역 지난달 5000만원씩▼

○…서울지역의 한 민주당 후보는 중앙당으로부터 3월초 지구당창당대회 비용 명목으로 8000만원, 3월말 선거지원비 명목으로 5000만원 등 모두 1억3000만원을 받았다고 소개. 서울의 다른 민주당 후보는 3월초 지급된 5000만원 외에 한푼도 받지 못했다고 주장.

이렇게 민주당의 지구당 지원금은 경합 정도와 후보 개개인의 재력 등에 따라 천차만별. 당선이 확실한 호남이나 낙선이 분명한 영남지역 등 자금 지원 효과가 신통치 않은 후보들에게는 지원금이 거의 없다는 전언. 김옥두(金玉斗)사무총장은 “3월에 선관위로부터 97억원의 국고보조금을 받았으나 그동안 이래저래 다 써서 당에 돈이 고갈된 상태”라며 “추가지원은 엄두도 못 낸다”고 주장.

▼충청권 億단위 지원 추정▼

○…자민련이 당선 가능성은 낮지만 나름의 경력을 갖춘 서울의 모 후보에게 선거기간 중 지원한 자금은 모두 6000만원. 이는 선거기간 전 지구당대회 등에 지원한 자금을 제외한 금액.

이로 미루어 볼 때 충청권에 지원된 자금은 억 단위에 이르며 경합지에는 5000만원 정도 추가 지원될 것이라는 소문이 무성. 당내에선 국고보조금 60여억원에 전국구헌금 및 후원금 등 최소한 200억원이 마련됐다는 얘기가 많다.

한편 민국당의 한 관계자는 “자금 사정이 여의치 않아 중앙당 차원의 지원은 어렵다”며 “후보들의 자력갱생을 촉구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

<윤승모·송인수기자> ysm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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