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보 前科공개]59%는 전과자 굴레 벗어

  • 입력 2000년 4월 6일 19시 38분


16대 총선 후보자의 전과기록을 보고 시민들이 놀란 것은 두 가지. 국민의 대표로서 ‘선량(選良)’이 되겠다고 나선 사람들 가운데 어쩌면 그렇게 ‘범죄자’가 많이 있느냐는 것과 그렇게 많은 죄를 짓고도 그 죄의 굴레를 어떻게 그렇게 잘 빠져 나왔느냐는 것이다.

선관위가 6일 1차로 공개한 금고 이상의 전과기록 보유자는 모두 44명. 이들 가운데 59%에 해당하는 26명이 특별사면 또는 복권으로 그동안 ‘전과자’의 굴레에서 벗어난 것으로 밝혀졌다. 사면 복권자 중에는 과거 군사독재정권 하에서 민주화운동 등을 하다 억울하게 옥살이를 했던 경우도 있다. 따라서 이들에 대한 사면 복권은 사필귀정(事必歸正)일 수 있다.

그러나 상당수 후보자는 간통과 폭행 뇌물 등 파렴치한 범죄를 저지르고도 불과 1, 2년만에 사면복권된 것으로 나타나 충격적이다.

1차 공개 명단 중 자민련의 한영수(韓英洙·서산-태안)후보는 82년 간통 혐의로 징역 1년의 확정판결을 받았으나 88년 12월 복권조치로 피선거권을 되찾았다. 민주당 이용희(李龍熙·보은-옥천-영동) 김택기(金宅起·태백 정선)후보와 한나라당 정재철(鄭在哲·속초-고성-양양-인제)후보, 무소속 이재근(李載根·나주) 민국당 박희부(朴熙富·공주-연기)후보 등은 뇌물수수 또는 알선수재 등 비리혐의로 법의 심판을 받았다가 모두 사면복권됐다. 민주당 임재길(공주-연기)후보와 민국당 이찬세(예산)후보는 각각 선거법 위반과 도로교통법 위반으로 징역형을 선고받았다가 사면된 경우.

판사 출신의 K변호사는 “일반 시민의 경우 죄를 짓고 사면복권되는 경우는 10%도 안 될 것”이라며 “정치인들에 대한 사면권 남용을 실증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고 말했다.

서울지검의 한 검사는 “정치인들에 대해 법의 단죄가 통하지 않는다는 것을 잘 보여주고 있다”며 “이 때문에 시민들은 부정부패에 대한 운명론적 패배감에 빠진다”는 반응을 보였다.

한편 검찰은 5·18 민주화 운동과 관련해 금고 이상의 형이 선고된 10여명의 명단을 선관위에 통보하는 문제를 놓고 막판까지 관련법률을 검토하며 고심하다 결국 통보하지 않기로 결론을 내렸다. 검찰관계자는 “이들의 경우 파렴치범과는 동일선상에 놓고 볼 수 없고 관련법 시행령에 전과사실을 삭제토록 돼 있는 점 등을 감안했다”고 그 이유를 설명했다.

<이수형기자>soo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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