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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0년 3월 16일 19시 3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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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학의 시조 아리스토텔레스는 지혜로운 유한(有閑)계층이 정치를 주도해야 이상사회를 이룰 수 있다고 했다. 흔히 그것을 귀족정치라고 번역했지만 원래는 식자층에 의한 정치라는 의미가 더 강했다. 그는 지혜로운 정치엘리트의 등장을 가로막는 타기해야 할 정치가 플루토크라시라고 했다. 제대로 식견과 경륜을 갖추지 못한 사람들이 재화를 이용해 정치를 좌지우지하는 것이 타락이고 부패라고 보았다. 오늘날 우리의 돈 선거가 바로 그런 플루토크라시에 해당한다.
▷플루토스와 비슷한 이름의 플루톤이라는 그리스 신은 본래 지하 세계의 지배자다. 그런데 플루톤도 종종 플루토스처럼 부자 신으로 불렸다. 그가 원하는 모든 생물체를 죽여 자신의 지하 창고에 쌓아 두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러나 엄격하고 냉정한 플루톤은 어떤 재화나 유혹 앞에서도 흔들림이 없었다. 부에 초연했으며 또 그 부를 악용하지도 않았다. 현실정치에서 금권정치를 막기 위해서는 이토록 엄격해야 한다고 그리스신화는 얘기하는 것 같다.
▷선거판에 또다시 돈이 난무하고 있다. 검찰이 15일까지 입건 수사중인 선거사범을 유형별로 보면 ‘금권선거’가 가장 많다. 중앙선관위는 이번 총선의 지역구 선거비용 제한액을 평균 1억2000만원 선으로 추산했다. 영국의 경우 우리 돈으로 1600만원, 프랑스는 4000여만원 정도다. 그나마 영국 의원들은 제한액의 60%밖에 쓰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리도 돈 선거를 막을 제한규정과 처벌조항을 훨씬 더 엄격하게 해야 한다.
김재홍<논설위원>nieman96@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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