私設硏 사전운동 온상…대부분 출마겨냥 급조

  • 입력 2000년 3월 14일 19시 10분


4·13총선을 앞두고 전국에 우후죽순처럼 생겨난 정치관련 사설 연구소들이 불법 사전선거운동의 온상이 되고 있다.

총선 출마 예정자들이 급조한 이들 연구소의 상당수가 각종 세미나 조사활동 등을 내세워 유권자들에게 접근해 출마예정자를 홍보하고 향응을 제공하는 등 사실상의 선거캠프로 활용되고 있는 실정이다.

14일 전북 정읍시내 한 빌딩에 있는 총선 출마 예정자의 ○○연구소. 20여평 크기의 사무실에는 책이나 자료는 거의 없고 대신 벽면 곳곳에 ‘제16대 필승’이라는 대형 족자, 소장 A씨의 경력을 말해 주는 각종 임명장과 사진이 가득 걸려 있었다. 지난해말 문을 연 이 연구소는 연구회원을 확보한다는 명분으로 지역 유권자들에게 접근해 그동안 수천명을 회원으로 가입시켰다.

요즘 전국 곳곳에는 이 같은 사설 연구소 간판이 내걸려 있다.

중앙선관위가 지난달 총선출마 예상자 1100여명을 조사한 결과 이들이 운영하는 연구소 산악회 등 각종 사조직이 874개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96년 4·11총선 3개월 전 선관위가 파악했던 사조직이 300여개였던 것과 비교해 3배 가까이로 늘어난 것이다.

이들 ‘총선용 연구소’의 주된 활동은 연구소장의 개인 홍보와 회원 확보. 전북의 한 연구소는 지난달 노사관계 연구를 명목으로 지역 노조 간부들을 초청해 식사를 대접하며 입후보 예정자인 연구소장의 경력 등을 홍보하다 선관위에 적발됐다. 부산 지역의 경우 총선을 겨냥한 사설연구소가 현재 20여개에 이르며 이중 상당수는 모집책을 두고 회원을 가입시키면 1명당 2만∼3만원의 수당을 지급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처럼 총선용 연구소가 난립하는 데 대해 서울의 한 무소속 출마예정자는 “현역의원이나 지구당위원장들은 의정보고회나 정당행사를 명목으로 유권자들과 접촉하고 자신을 알리지만 정치신인이나 무소속 출마예정자들은 현행법상 자신을 알릴 방법이 봉쇄돼 있기 때문에 연구소를 세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중앙선관위 관계자는 “선거일 전 일정기간에는 연구소 설립을 규제하는 방향으로 선거법을 개정할 필요가 있지만 무소속 출마예정자에게 너무 불리해지기 때문에 결정이 쉽지 않은 문제”라고 말했다.

<이기홍기자·전주〓김광오기자> ko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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