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듯 모를듯 JP의 속내]민주당에 공조 가능성 시사

  • 입력 2000년 3월 12일 19시 49분


JP의 “민주당이 내각제에 열의를 보인다면 협력할 수 있다”는 발언을 둘러싸고 해석이 구구하다. “총선 후에도 민주당과의 공조는 없다”고 단언해온 기존의 태도와 거리가 있는 발언이기 때문.

물론 JP 측근들은 발언 장소가 민주당 ‘텃밭’인 전북이라는 점, ‘내각제 구현을 위해서라면 어느 개인 정당 단체와도 협력할 수 있다’는 입장의 연장선상이라는 점 등을 들어 ‘공조복원 가능성’을 언급한 것은 아니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JP가 은연중 속내를 드러낸 게 아니냐는 시각도 적지 않다. 총선 후 정계개편의 회오리 속에서 JP가 활용할 수 있는 최대의 무기는 내각제이고 그 ‘제1의 파트너’는 김대중(金大中)대통령과 민주당일 수밖에 없다는 전제에서다.

DJ는 이미 ‘DJP합의’를 통해 내각제개헌을 약속했고 자민련의 ‘공조파기’ 선언에도 불구하고 여러 차례 “약속은 살아있다”고 말해 왔다. 이미 ‘DJP합의’가 ‘없던 일’로 치부되고 있지만 상대가 이를 인정하지 않는 상황에서 JP에겐 여전히 활용 가능한 ‘카드’로 남아 있는 셈이다. JP가 이날 양당의 공조복원 가능성에 대해 “현재로선 농후하지 않다”면서도 그 가능성을 완전 배제하지 않은 것도 같은 맥락으로 이해되는 대목이다.

<이철희기자>klimt@donga.com

▼민주 "나쁠것 없다" 한나라-민국당 "사이비 야당 드러내"▼

자민련 김종필(金鍾泌)명예총재의 ‘내각제를 전제로 한 민주당과의 협력용의’ 발언에 대해 여야는 12일 엇갈린 반응을 보였다.

민주당은 이날 JP 발언의 의도를 분석하면서도 총선 후 두 당의 공조복원 가능성을 제기한 것이라며 싫지 않다는 반응. 한 고위관계자는 “JP가 전북지역 정서를 감안해 한 발언일 수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민주당과의 공조를 의식한 것으로 볼 수 있다”며 “JP발언의 진의를 파악해봐야겠지만 우리로서는 나쁠 게 없다”고 주장. 그러나 대통령제를 강력히 주장해온 이인제(李仁濟)선거대책위원장은 내각제 불가론을 펴며 JP를 비난해 대조.

이번 선거를 ‘1야 3여’ 구도로 몰아가려는 한나라당은 JP의 발언에 고무된 표정. 그의 발언을 자민련의 야당선언이 위장임을 부각시킬 수 있는 호기라고 판단하며 앞으로 지구당개편대회 등에서 JP의 발언을 문제삼을 예정. 장광근(張光根)부대변인은 “예상했던 대로 사이비 야당임이 드러난 자민련을 이번 총선에서 철저히 심판해야 한다”고 주장.

민국당은 JP의 발언은 지역정서를 감안한 계산된 발언이라고 평가절하. 한 당직자는 “자민련의 야당선언은 총선용으로 들러리 여당임을 드러낸 것”이라고 강조.

<양기대기자>k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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