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J베를린선언' 北아태위에 전달…민간단체 창구로 활용

  • 입력 2000년 3월 9일 19시 47분


정부가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의 ‘베를린선언’ 주요내용을 북한 민간단체인 아태평화위원회를 통해 전달한 것은 형식에 구애받지 않고 당국 간 회담을 성사시키겠다는 강력한 의지표현으로 해석된다.

아태평화위가 민간단체이지만 당국 간 ‘대화통로’ 역할만 맡아준다면 상관없다는 정부의 실사구시(實事求是)적 판단에 따른 것. 양영식(梁榮植)통일부차관은 “북한은 우리와 체제가 다르기 때문에 당국과 민간을 구별한다는 것이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부가 민간단체라고 규정해온 아태평화위원회에 당국회담 재개를 촉구하는 공식서한을 보낸 것은 어딘가 어색한 것도 사실. 따라서 정부가 당국 간 접촉을 기피해온 북한측에 쉽게 서한을 전달받을 수 있도록 걸림돌을 스스로 제거해준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통일부 관계자는 “과거 통일부의 카운터파트이던 조평통이 별다른 활동을 하지 않는 상황에서 ‘김용순조평통부위원장’이라는 직함을 사용하기 어려운 것 아니냐”고 배경을 설명하기도 했다. 다만 95년 쌀회담에서도 문제가 생기자 당국 간 접촉을 한 적이 없다고 부인했던 북한측에 정부의 이 같은 ‘묘책’이 오히려 뒷말을 낳을 가능성이 있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김영식기자>spea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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