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운동 위험수위…네거티브 캠페인에만 혈안

  • 입력 2000년 3월 7일 20시 06분


여야가 지역감정 자극과 색깔론 제기, 무책임한 폭로 등 네거티브 캠페인에 주력함에 따라 퇴행(退行)적인 선거운동 양상이 위험수위를 넘어서고 있다.

이 같은 양상이 빚어지는 것은 자민련의 야당 선언과 민국당의 등장 등으로 선거구도 자체가 급변하자 각 당에서 손쉽게 유권자들의 관심을 끌기 위해 자극적인 네거티브 캠페인을 가장 ‘확실한’ 선거운동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21세기의 국가경영을 담당하고 정책입안을 주도할 선량(選良)을 뽑아야 하는 이번 16대 총선의 본래 의미가 퇴색하고 있다.

김대중(金大中)대통령과 자민련 김종필(金鍾泌)명예총재의 지역감정 연원 논란으로 촉발된 지역감정 공방은 한나라당과 민국당이 ‘충청도 곁불론’과 ‘영남정권 창출론’으로 본격가세하면서 더욱 확산되고 있다.

김대통령이 5·16군사쿠데타 이후 영호남간 지역감정이 비롯됐다고 지적한 데 대해 김명예총재는 김대통령이 71년 대통령선거에 출마하면서 영호남의 지역감정이 본격화됐다고 맞받았다. 이어 민국당 김윤환(金潤煥)창당준비부위원장 등은 ‘영남정권 창출론’을 제기하며 ‘반 DJ, 반 이회창’을 강조하고 나섰다.

한나라당은 호남 편중인사로 지역감정이 악화되고 있다는 주장을 통해 비호남지역 유권자의 ‘반DJ’정서를 자극하는 한편 ‘충청도가 정권의 곁불이나 쬐고 있어서는 안된다’며 충청권 지역감정을 자극하고 있다.

4년전 15대 총선 때도 신한국당과 자민련이 TK지역 지지 확보를 위해 ‘TK 자존심 지키기’ ‘박정희 계승론’ 등을 내세워 지역감정을 자극하긴 했지만 이번처럼 노골적인 수준까지 번지지는 않았다.

또 보수세력 대결집을 주장해온 김명예총재는 해방 직후 신탁통치에 찬성했던 사람이 현여권 고위직에 있다며 ‘색깔론’에 불을 댕겼다.

한나라당 홍사덕(洪思德)선대위원장은 현 정권 핵심과 가까운 인사가 아도니스골프장을 특혜매입했다는 의혹을 제기했으나 당사자들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구체적인 증거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이 같은 선거 양태에 대해 고려대 함성득(咸成得·정치학)교수는 “지연이나 학연 사상문제에 의존한 선거운동은 가장 낮은 단계의 민주주의로 하루빨리 청산돼야 한다”면서 “이를 위해 각 당이 내부 민주화를 통해 정체성과 정책노선을 분명히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차수기자> kimc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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