헷갈리는 종로 "野후보 누굽니까"…한나라-민국당 공천 혼란

  • 입력 2000년 3월 6일 19시 29분


이른바 ‘정치1번지’인 서울 종로의 유권자들은 요즘 자고 나면 뒤바뀌는 야당 출마자들 때문에 극심한 혼란을 겪고 있다.

민주당의 경우 이 지역 보궐선거에서 당선됐던 노무현(盧武鉉)의원이 지역구를 내놓고 부산으로 내려가면서 일찌감치 이종찬(李鍾贊)고문이 후보로 자리매김했다. 그러나 야당은 후보가 계속 엎치락 뒤치락이다.

한나라당은 지난달 18일 1차 공천발표 때 지구당위원장으로 지역구를 관리해왔던 정인봉(鄭寅鳳)변호사를 제치고 당시 명예총재였던 조순(趙淳)의원을 공천했다. 조의원이 공천을 받기 전에 ‘큰 정치’를 위해 지역구인 강원 강릉 대신 종로에서 출마하겠다고 선언하자 정변호사는 조의원의 당선을 위해 최선을 다해 돕겠다며 흔쾌히 물러섰다.

그러나 조의원은 이회창(李會昌)총재가 공천에서 전횡했다고 반발하며 탈당해 민국당 창당준비위원장으로 변신했다. 한나라당은 조의원 탈당 후 김홍신(金洪信·전국구)의원을 출마시키는 방안을 검토했으나 본인이 고사하자 지난달 25일 2차 공천발표 때 정변호사를 공천자로 결정했다.

그러나 5일 일부 언론이 이총재의 종로 출마설을 보도하면서 한나라당은 또 한차례 혼란을 겪었다. 이총재측은 즉각 이를 부인했지만 표밭갈이에 한창이던 정변호사는 이날 아침 일찍 여의도 당사를 방문해 이총재와 만나 “이런 식으로 후보를 흔들면 어떻게 선거운동을 하느냐”고 하소연했다.

민국당 역시 조의원의 출마여부를 놓고 오락가락하기는 마찬가지다. 민국당 지도부는 지난달 28일 조의원이 종로에 출마할 것이라고 발표했으나 조의원은 “아직 결정된 것이 없다”고 부인했다. 이에 따라 민국당 합류 전 종로출마를 선언했던 장기표(張琪杓)씨가 민국당 후보로 나서는 쪽으로 정리되는 듯 했다. 그러나 조의원이 다시 종로에서 출마하기로 마음을 바꾸자 민국당은 3일 조의원을 종로 공천자로 최종확정 발표했다.

지역의 정치적 비중을 감안할 때 종로에서의 승부걸기가 쉽지 않다해도 선거사상 유례가 없는 혼란이 언제나 끝날지 아직도 불투명한 상황이다.

<김차수기자> kimc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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