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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0년 3월 1일 19시 3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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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총선前 개정은 불가능▼
그러나 현실적으로 ‘4·13’ 총선 이전에는 국회가 열릴 수 없는 만큼 이번 총선은 어차피 문제점 투성이인 현행 선거법으로 치를 수밖에 없다. 그동안 언론의 끊임없는 문제제기에도 불구하고 선거기사심의위 설치를 강행했던 정치권은 ‘소잃고 외양간고치는 식’의 무책임한 행태를 보였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같은 정황 때문에 이미 현행법에 따라 구성돼 있는 선거기사심의위(위원장 이창구·李昌求변호사)의 건전한 판단과 ‘절제’에 기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다행히 지난달 25일 선거기사심의위가 구성된 이후 내부에서도 사과문 게재명령과 처벌조항과 관련해 “납득이 가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불공정보도에 대한 사과문 게재명령은 이미 91년에 양심의 자유에 반한다는 점 때문에 위헌판결이 내려졌으며, 심의위의 명령에 불복한 언론사 발행인에 대해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4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한 처벌조항도 세계 어디에도 유례가 없는 독소조항이라는 것.
한림대 유재천(劉載天)교수는 “방송과 신문은 성격이 다른데도 불구하고 정치인들이 방송의 선거보도준칙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신문에 이를 적용했다”고 비판했다. 연세대 김영석(金永錫)교수는 “시대에 역행하는 입법이라고 본다”면서 “이같은 유치한 발상을 한 것 자체가 뉴미디어의 기술적인 측면에 대한 무지를 드러낸 것”이라고 말했다.
언론개혁시민연대 엄주웅(嚴柱雄)정책실장은 “언론의 보도기능은 자유롭게 보장한 뒤 사후책임을 물어야 한다”면서 “타율적으로 언론을 규제하려는 것은 새로운 시대의 흐름에 역행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심의위 "사과문 명령 자제"▼
선거기사심의위에 대해서는 심의위 상위기관인 언론중재위 내부에서조차 부정적이다. 언론중재위의 한 관계자는 “언론중재위도 91년 사과명령에 대한 위헌판결 이후 사과명령을 내리지 않았다”면서 “어떻게 국회에서 위헌요소가 있는 법이 통과됐는지 이해되지 않는다”는 반응을 보였다.
한편 지난달 25, 28일 두차례 회의를 가진 선거기사심의위는 일단 위헌시비를 피하기 위해 심의결과 불공정 보도로 결론이 나더라도 사과문 게재명령은 가능한 한 내리지 않기로 하는 등 관련조항을 ‘탄력적으로’ 적용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이와 함께 김영호 언론개혁시민연대신문개혁특위위원장 등 일부 위원들은 심의위 결정에 대한 이의절차가 제대로 마련돼 있지 않는 등 심의위가 사실상 ‘단심제(單審制)’로 운영된다는 점을 들어 위헌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이처럼 출발부터가 잘못된 심의위는 선거법이 개정되기 전까지 끊임없는 논란에서 쉽게 빠져나오지 못할 전망이다.
◇개정선거법 중 문제조항◇
개정선거법 중 문제조항<제8조의 3>
①언론중재위는 선거기사의 공정성을 유지하기 위해 선거일 120일 전부터 선거일 30일 후까지 선거기사심의위를 설치, 운영해야 한다.
③선거기사심의위는 정기간행물에 게재된 선거기사의 공정여부를 조사하여야 하고, 조사결과 선거기사의 내용이 공정하지 아니하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해당 기사의 내용에 관한 사과문 또는 정정보도문의 게재를 결정하여 이를 언론중재위에 통보해야 하며, 언론중재위는 해당 언론사에 대해 사과문 또는 정정보도문의 게재를 지체 없이 명하여야 한다.
<제256조의 2>
다음 각호(8조의 3중 ③항 포함)에 해당하는 통보를 받고 지체 없이 이를 이행하지 않는 자는 2년 이하의 징역이나 4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공종식기자>k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