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민련 2與공조 파기…4월 총선구도 새변수

  • 입력 2000년 2월 24일 19시 40분


자민련 이한동(李漢東)총재는 24일 “오늘부터 자민련은 공동여당의 길을 완전 포기하고 독자적인 야당으로 새로 태어나고자 한다”며 민주당과 결별, 2여(與)공조관계를 공식 파기하는 내용의 대국민선언문을 발표했다.

이총재는 이날 긴급기자회견을 갖고 이같이 선언했다. 그는 “민주당과의 공동정부 운영,연합공천 등의 공조는 더 이상 없다”며 “정부 및 정부산하기관에 근무하는 우리 당 소속의 모든 공직자는 이제 각자의 판단에 따라 입장을 정리하면 된다”고 말했다. 이는 박태준(朴泰俊)국무총리 등 파견공직자에 대한 간접적인 공직사퇴 또는 탈당 요구를 의미하는 것이어서 귀추가 주목된다.

기자회견에 자리를 함께한 김종필(金鍾泌)명예총재도 “여러 이유로 더 이상 (민주당과) 공조하는 입장에 있을 수 없다는 결정을 이총재가 내렸고 나도 이에 전적으로 찬동했다”고 말했다.

이로써 97년 11월 ‘DJP 합의’에 따라 2년3개월여 동안 유지해온 ‘2여공조’체제는 공식적으로 막을 내리게 됐으며 4월 총선구도는 더 확실한 1여 3야로 굳어지게 됐다.

이와 관련해 박총리의 한 측근은 “자민련측의 공조파기 선언에 대해 박총리는 아무런 얘기가 없었다”며 “박총리는 평당원의 입장에서 백의종군하면서 흔들림없이 총리직을 수행해 나갈 것”이라고 밝혀 당분간 거취결정을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회견에서 이총재는 자민련이 공조파기 결정을 내린 이유로 △민주당의 내각제강령 제외 △시민단체의 낙천 낙선운동에 대한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의 묵인 △이인제(李仁濟)민주당선대위원장의 논산-금산 출마 △민주당의 운동권 출신 386세대 대거 공천 등 4가지를 지적했다.

이총재는 또 “야당의 길을 가겠다는 선언은 선거에서 표를 얻으려는 일시적인 술수가 아니라 반드시 지켜질 분명한 노선”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이철희기자>klimt@donga.com

▼청와대-민주당 "유감"▼

박준영(朴晙瑩)대통령공보수석비서관은 24일 자민련의 ‘공동여당 포기’ 선언과 관련,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수석은 이날 정례브리핑을 통해 “자민련의 이같은 선택으로 선거공조가 어렵게 됐지만 정권교체를 이룩한 정신에 입각해 앞으로도 국정을 수행하는데 있어 양당의 공조가 유지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민주당 정동영(鄭東泳)대변인도 이날 논평을 내고 “대단히 유감스러운 일”이라며 “16대 총선에서 경쟁이 불가피해지더라도 우리는 생산적 경쟁과 공조회복을 위해 노력할 것이며, 선거가 끝난 뒤에도 공조가 지속될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공종식기자>k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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