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입 신진들 두얼굴]일부 기성정치인 뺨치는 구태

  • 입력 2000년 2월 14일 19시 31분


16대 총선 첨병으로 영입된 정치 신인들이 참신한 이미지로 긍정적인 반응을 얻는가 하면 일부에선 기성 정치인 뺨치는 구태를 답습, ‘무늬만 새 피’라는 엇갈린 평가를 받고 있다.

▼수도권 '새 피 벨트' 구상▼

○…민주당은 공천심사 과정에서 정치신인들을 대입해 여론조사를 벌이면 대부분 야당의 기성 정치인보다 확연히 높은 지지도가 나온다고 평가. 민주당은 특히 세대교체 욕구가 강한 수도권에 정치 신인들을 중심으로 ‘새 피 벨트’를 구성하면 총선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킬 수 있다고 기대한다.

이 때문에 현재까지 진행된 공천 심사를 보면 서울의 경우 전체 45개 선거구 중 성동(임종석·任鍾晳) 마포을(황수관·黃樹寬) 서초갑(배선영·裵善永) 등 10여개 선거구에 신진 인사 공천 가능성이 유력한 상황.

▼한나라 "신인 발굴 성공"▼

○…한나라당도 여권의 중진급 후보가 있는 지역에는 과거 여러차례 겨루었던 ‘숙적(宿敵)’ 보다 가급적 신인들을 내세울 방침. 서울 서대문을의 정두언(鄭斗彦), 양천갑의 원희룡(元喜龍)변호사 등이 대표적인 케이스.

한나라당은 또 현 정부의 약점을 효과적으로 공략할 수 있는 신인 발굴에도 주력해 일부 성과를 올렸다고 자평. 현 정권의 공약사업인 의료보험통합에 반기를 들었다는 이유로 경질된 김종대(金鍾大)전보건복지부기획관리실장과 법조비리 파문으로 옷을 벗은 최병국(崔炳國)전전주지검장을 지역구에 공천키로 한 것도 이런 전략의 일환.

자민련은 이창섭(李昌燮·대전 유성)전SBS앵커 등 신인들을 강세 지역인 대전 사수용으로 배치해 긍정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고 희색.

▼지도부에 눈도장찍기 눈살▼

○…반면 신진 인사들의 일부 행태가 기성 정치인 뺨치는 구태를 보인다는 지적도 각 당내에 대두되고 있는 실정.

민주당의 ‘새 피’로 분류되는 P, K, Y씨는 13일 서울 여의도 당사를 찾은 권노갑(權魯甲)고문을 시종 줄줄이 따라다니며 90도 각도로 인사. 지난번 서울 강서갑에 공천 신청한 임삼진(林三鎭)씨는 “명색이 새 정치를 하겠다는 정치신인들이 공천을 받기 위해 너도나도 실세를 찾아다니는 모습을 보고 부끄러웠다”고 공개적으로 고백.

민주당 내 운동권출신 모임인 ‘녹색연대21’은 지난달 총선연대가 발표한 공천반대인사명단에 중진의원들이 대거 포함되자 곧바로 세대교체를 요구하는 논평을 발표, ‘속보인다’는 평가를 받기도.

▼운동권 경력 울궈먹기도▼

○…‘운동권경력’을 한번도 아니고 몇차례나 들고 나오는데 대한 비판도 무성하게 제기되는 대목. 이미 15대 총선에서 민주당후보로 출마했다가 낙선한 K씨, 시의원으로 출마했다가 낙선한 C씨, 수년전부터 실세의원 수행비서를 시작으로 정치권에 진입한 O씨도 이번에 한나라당 공천을 신청하면서 총학생회장 경력을 과시. 이들 중 일부는 또 운동권출신이라는 점이 지역구 유권자들에게 부정적 반응을 얻는 경향이 엿보이자 자신의 홍보 포인트에서 이 같은 경력을 삭제하는 등 이중적 행태를 보이여 ‘정체성’이 무엇인지에 대한 의문을 남기기도.

일부 정치신인에 대해서는 정치인으로서의 가능성보다는 유명세 때문에 정치권에 스카우트된 게 아니냐는 시각도 대두. 서울지역에 배치될 것으로 알려진 전두환(全斗煥)전대통령의 사위 윤상현(尹相炫)씨도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총재의 방미 때 자문하는 등 그동안 맺은 당과의 인연을 강조하고 있지만 아무래도 ‘전직대통령의 사위’라는 유명세에 힙입어 영입된 게 아니냐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송인수·정연욱기자>is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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