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형근 파문 확산]與野 비난戰 가열

  • 입력 2000년 2월 13일 20시 37분


《검찰의 강제구인에 불응하며 서울 여의도 한나라당 중앙당사에서 농성 중인 정형근(鄭亨根)의원은 13일 기자들과 만나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을 격렬히 비난했다. 정의원은 ‘대통령’이란 호칭을 대부분 생략했고 원색적인 용어를 자주 사용하는 등 격한 감정을 그대로 드러냈다. 또 때마침 민주당 이인제(李仁濟)선거대책위원장도 같은 날 자신의 충남 논산-금산 지역구 출마를 선언한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 기자회견 자리에서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총재를 겨냥해 직격탄을 날려 여야 관계는 갈수록 험악한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다음은 두 사람의 이날 발언내용.》

▼이인제씨 李총재 공격(전문)▼

“한나라당은 하루빨리 이성을 회복해 정형근의원 사건을 원만히 해결해야 한다. 이번 사태를 악용하는 어떤 기도도 국민의 지지를 얻지 못할 것이다.

한 평생을 법관으로 봉직했고 입만 열면 법치주의를 강조하는 분이 총재로 있는 한나라당이 법관이 서명한 영장을 휴지조각처럼 만들고 있다. 검찰에서 잔뼈가 굵은 사람(정의원)이 검찰의 법집행을 방해하고 송두리째 흔들고 있다. 이번 사태로 정치불신이 심화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일반 국민은 작은 잘못만 있어도 검찰과 경찰 법원에 소환되면 책임을 져야 하는데 하물며 지도층이라는 국회의원이 수십회에 걸쳐 소환을 받고서도 불응하면서 정치탄압 운운하면 이것이야말로 서민탄압이다.

한나라당은 정당한 법집행에 협조하라.”

▼정형근씨 金대통령 공격(전문)▼

“이신범(李信範·한나라당)의원이 폭로한 홍걸(弘傑·김대통령 셋째 아들)의 호화주택 거주 의혹의 배후가 정형근이라는 보고를 받고 김대중이 긴급체포를 지시한 것으로 안다. 신광옥(辛光玉·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 임휘윤(任彙潤·서울지검장) 라인에서 이루어진 것이다. 두사람은 나와 고시동기로 대통령의 지시가 아니었다면 나에게 그렇게 할 사람들이 아니다. 나는 현정권의 무자비한 프로그램에 당할 수 없기 때문에 소환에 응하지 않는 것이다.

내가 끌려가는 것을 막으려다 동생이 다쳐 2주 진단이 나왔고 내 딸아이는 피를 흘렸다. 한밤중에 의원을 끌어가겠다고 포악한 짓을 한 사람이 노벨평화상 후보로 추천됐다니 소도 웃을 일이다. 나는 9번 고발당하고 15번 고발했지만 내가 고발한 사건에 대해서는 서면진술서를 이미 제출했다. 그리고 고발당한 사건도 대개 사실이 아닌 것으로 이미 드러났다. 나보고 고문을 했다고 하는데 이근안을 알았다면 성을 갈겠다.

현 정권은 병무비리 수사를 통해 국면전환을 시도하고 있다. 우리가 북조선인가. 북조선에서는 김정일이 권력을 승계했다. 야당총재일 때 아들(김홍일·金弘一의원)이 의원이 된 것은 이해한다. 그러나 대통령이 된 뒤에도 김의원의 재선지지율이 가장 높다고 선전하는 것은 문제다. 자기 아들이 귀하면 남의 아들도 귀한 것이다. 내 아들이 군대를 갔다 왔는데도 병무비리에 연루된 것처럼 몰고 있다. 하의도를 성역화하려 한다는 자료도 갖고 있다. 우상화작업을 위해 친척까지 쫓아내려 한다는 얘기도 있다. 대통령을 자제시키지 않으면 이 나라가 어디로 갈지 모른다. 내가 안기부 수사국장일 때 몇차례 조사받은 데 대해 앙심을 품고 이렇게 몰아가고 있는데 김대중이에게 구속된다면 영광이다. 내가 구속을 피하려는 게 아니라 나를 명예훼손사건으로 구속하면 삼척동자도 웃을 것이다.

김대중은 대통령직을 수행할 능력과 자질이 없다. 물러나고 사과해야 한다. 여권은 여론의 동향을 보아가며 국회에 체포동의안을 낼 것이다. 홍위병을 동원해 데모를 시키는 등 여론조작을 유도할 게 뻔하다. 고문 등 나의 전력을 문제삼고 있지만 나는 국가를 위해 밤낮 가리지 않고 일했을 뿐 인권유린을 한 적이 없다.

지금은 좌익광란의 시대다. 이런 좌익광풍은 얼마있지 않으면 사라지고 국민이 냉정하게 평가할 것이다. 김대중이의 실험은 성공하지 못할 것이고 부메랑이 되어 돌아갈 것이다. 지금은 우리 헌정사 중 최대 암흑시대다. ‘김정일(金正日)이 식견있고 분별력있는 지도자’라고 얘기했는데 이성을 잃었거나 좌익분자가 아니라면 어떻게 이런 말을 할 수 있나. 나는 안기부 근무를 통해 김정일의 비행을 다 알고 있다. 남북 정상회담에는 반대하지 않지만 정상회담을 의식해 이런 식의 발언을 하는 것 자체가 국가보안법 위반이다. 국가보안법을 개정하려는 것도 이런 말을 하고 싶기 때문인 것 같다. 김정일은 말을 제대로 못한다. TV에 나온 김정일의 발언은 고작해야 ‘공화국 군대에 영광있으라’는 한마디 뿐이다. 이런 사람을 어떻게 분별력있다고 얘기할 수 있나. 김대중이는 정신나간 사람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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