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법 막판 협상]선거구 화풀이 살풍경

  • 입력 2000년 1월 31일 20시 01분


“너는 죽어, 나쁜 XX. 내가 어떻게 살아왔는지 네가 알기나 해. 나만 떨어지고, 네가 당선될 수 있을 것 같아.”

민주당 의원총회가 열리기 직전인 31일 오후1시반 국회 예결위 회의장. 선거구획정에 불만을 품은 전국구 김태랑(金太郞·경남 창녕)의원이 선거구획정위원 이상수(李相洙)의원에게 욕설을 퍼붓자 회의장 분위기가 금세 얼어붙었다. 특히 악수를 청하는 이의원을 밀치는 과정에서 김의원의 주먹이 이의원의 어깨에 닿는 등 살풍경이 벌어졌다.

김의원의 주장은 생활권이나 인구로 볼 때 창녕(7만4668명)은 함안(6만5923명)이나 의령(3만5358명)과 통합돼야 하는데도 밀양(12만6641명)과 통합한 것은 게리맨더링의 전형이라는 것.

이 소동 이후 민주당은 아예 의총을 비공개로 진행했다. 의총장에서는 지역구가 통폐합되는 의원들이 당지도부에 대해 강도 높은 불만을 털어놓았다.

자민련 의총도 마찬가지였다. 공주와 지역구가 통합되는 김고성(金高盛·충남 연기)의원은 “이번 선거구획정은 ‘살농(殺農)정책’의 표본이다. 공주와 연기를 합치면 서울면적의 두배인데 의원을 한명 뽑을 수 있느냐”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지역구인 서천이 보령과 통합되는 자민련 이긍규(李肯珪)원내총무측은 “서천은 보령보다 인구가 적은 부여와 통합돼야 하는데 부여위원장인 선거구획정위원 김학원(金學元)의원 때문에 엉뚱하게 보령으로 통폐합됐다”며 목청을 높였다.

한나라당 의총도 획정위안에 대한 성토장이었다. 김영진(金榮珍·강원 원주을)의원은 “선거구획정이 지역구 10% 감축이라는 절대적인 전제에서 출발했는데 강원도에서 30%나 감축된 것은 강원도 정치권이 더 오염됐기 때문이냐”고 따졌다.

이날 본회의에서도 지역구가 통폐합되는 의원들의 5분발언이 쏟아졌다. 한나라당 김재천(金在千·진주갑)의원은 “지역대표성이 고려되지 않은 선거구획정은 마땅히 재심해야 한다”고 요구했고 자민련 박세직(朴世直·구미갑)의원도 “인구는 늘었는데 무조건 국회의원 숫자만 줄이는 게 능사가 아니다”고 주장했다.

<공종식기자>k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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