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법협상 원점으로]野 투표방식 싸고 내부 진통

  • 입력 2000년 1월 14일 19시 40분


선거법 협상이 최종 타결 직전에 투표 방식이라는 암초에 걸렸다.

1인2표식 전국 비례대표제냐, 1인1표식 권역별 비례대표제냐를 놓고 엎치락뒤치락해 왔던 여야 협상팀은 13일 1인2표 방식으로 의견을 모았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14일 총재단 및 고문, 주요당직자 연석회의를 열어 당3역으로 구성된 협상팀의 제안을 거부해 선거법 협상이 원점으로 돌아가게 됐다.

◆與, 野가 제시한 1인2표 수용

○…한나라당 지도부로부터 3당3역회의 협상권을 부여받은 협상팀은 11일 “1인2표식 전국 비례대표제나 1인1표식 권역별 비례대표제 중 하나를 받으라”고 여당측 협상팀에 최후통첩성 통보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1인2표식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고집하던 여당측을 유인하기 위한 절충안이었다. 그래도 1인2표식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고집하던 여당측에서 변화의 조짐이 인 것은 12일 오후. 국민회의의 한 중진이 청와대를 방문해 김대중(金大中)대통령에게 야당측의 ‘양자택일’ 카드를 설명했고 김대통령이 “1인2표만은 관철시키라”고 지시했다는 것.

○…이에 따라 여당측은 1인2표식 전국 비례대표제를 받아들이겠다는 의사를 한나라당 협상팀에 전달했다. 하순봉(河舜鳳)사무총장 이부영(李富榮)원내총무 등 협상팀은 이회창(李會昌)총재에게 이를 보고했고 곧 이어 당내 전략회의가 열렸다. 그러나 김덕룡(金德龍)부총재 정형근(鄭亨根)의원 등이 “1인2표제는 다야(多野)구도를 만든다” “군소정당을 양산해 총선 후 정계개편을 기도하려는 DJ의 음모”라고 강력히 반대했고 이총재 직계인 윤여준(尹汝雋)여의도연구소장 금종래(琴鍾來)비서실차장 등도 이에 동조.

○…한나라당은 14일 오전 주요당직자회의를 열어 이 문제를 논의했으나 결론을 내지 못했다.

이총재측의 1인2표제 반대에 대해 하총장과 이총무 등이 “더 이상 협상을 할 수가 없다”며 “1인2표제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협상팀에서 물러나겠다”고 배수진을 쳤기 때문. 이총무는 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당내 조율이 더 힘들다. 안되면 총무직에서 물러나겠다”고까지 공언.

한나라당의 내부 협의과정에서 이총재 직계와 협상팀의 갈등은 계파간 갈등으로까지 비화될 조짐을 보였다. 이총재와 김덕룡부총재 등 범주류측은 1인2표제를 강력 거부한 반면 김윤환(金潤煥) 이기택(李基澤)부총재 등 비주류측은 1인2표제를 받자는 입장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당의 한 관계자는 “양쪽 다 총선 이후 정계개편 가능성을 염두에 둔 것이 아니겠느냐”고 분석. ○…한나라당 협상팀이 제시한 카드가 당내에서 거부된 데 대해 여당측에서는 “도대체 이게 몇 번째냐. 해도 너무 하는 것 아니냐”는 불만이 무성했다. 국민회의의 한 고위당직자는 “의원수나 지역구 수를 줄이지 않기로 한 것 등 한나라당의 주장을 거의 받아들였는데 이럴 수 있느냐. 북한사람들과 협상하는 것보다 더 어렵다”고 흥분.

<박제균 ·정연욱기자>ph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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