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치적자랑 그만"…'홍보논리' 위기론으로 급선회

  • 입력 1999년 12월 16일 19시 28분


‘외환위기의 성공적 극복’ ‘전세계가 우리 역량에 감탄’….

‘치적자랑’ 일색이었던 여권의 ‘홍보논리’에 미묘한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최근들어 ‘치적자랑’보다 “해이해지면 다시 경제위기를 맞을 수 있다”는 ‘위기론’에 무게가 더 실리고 있기 때문이다.

‘위기론’은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이 연설 때마다 빼놓지 않고 언급하는 ‘정치안정론’과 표리(表裏)의 관계다. 김대통령은 15일 민주신당 간부들과의 회동에서 “정치가 안정돼야 경제도 국가도 안정된다. 이를 위해 여당이 안정의석을 얻어야 하고 최소한 제1당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안정을 얻지 못하면 위기를 맞는다’는 의미다.

여권이 이처럼 홍보논리의 전환을 시도하고 나선 배경은 자명하다.

여권의 공식 설명은 “‘파업유도사건’ 이후 공공부문 구조조정이 중단되고 급속한 경제회복에 따른 기대심리 상승 등으로 내년에는 실제 경제운용이 어려워질 수 있기 때문에 무엇보다도 정치가 안정되어야 한다”는 것.

중앙대 박승(朴昇)교수도 “그동안 억제돼 왔던 임금인상요구에 소비팽창 등이 나타나 내년에 자칫 저성장 고소비의 경제 악순환이 시작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그러나 여권의 속마음에는 경제보다는 정치적 요인이 더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듯하다.

여러 채널에서 “민심이 심상치 않다. 이대로 가면 총선에서 참패한다”는 보고가 줄을 잇고 있지만 마땅한 대응책이 없다며 여권 핵심인사들은 한숨을 짓는다.

따라서 여권 관계자들간에는 궁여지책으로 “위기론밖에 없다”는 논의가 현실성 있게 제기되고 있고 그것이 ‘위기론을 바탕으로 한 정치안정론’으로 확대 재생산되고 있는 것이다.

국민회의의 한 당직자는 “최근 보수안정층 일각에서 ‘여권이 총선에서 패배하면 곧바로 약체화되고 이 경우 치러야 할 국가적 비용이 엄청날 것’이라는 소리가 나오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고 말했다.

여권은 ‘위기론’에다가 보수세력인 자민련과의 합당이 합쳐져 상승효과를 낼 경우 총선에 적지 않은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는 모습이다.

〈윤승모기자〉ysm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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