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합의서는 7·4남북공동성명(72년)의 조국통일 3대원칙을 재확인했다. 7·4성명은 남북의 밀사(密使)가 만들었지만 기본합의서는 양측의 총리가 서울과 평양을 오가며 마주앉아 논의한 끝에 타결지은 문서다. 그런데도 7·4성명의 중요성을 강조해 온 북한이 이를 토대로 만든 기본합의서에 대해서 계속 외면하고 있는 것은 이상한 일이다. 합의서는 그 이름대로 화해와 교류 협력에 관한 기본법이며 이를 바탕으로 9개 부속합의서가 거의 완벽한 실천세칙까지 갖췄다.
▽현 정부의 대북 포용정책은 민간의 교류협력이 두터워진 뒤 그 바탕 위에서 당국간 회담을 추진한다는 수순을 밟고 있다. 그러나 아무리 경제교류가 활발해도 정치군사적인 면에서 관계개선이 없으면 진정한 평화공존은 있을 수 없다. 금강산 관광객이 가고 비료가 운송되는 가운데 터진 연평해전사태가 그 한 예다. 대만 기업인들이 대륙 중국에 대규모 투자를 했지만 양안(兩岸)군사충돌 위기가 수시로 고조되는 것도 그렇다.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은 올해 2월 미국 로스앤젤레스 타임스지와의 인터뷰에서 북한이 부정적인 면과 긍정적인 요소를 함께 갖고 있다고 말했다. 간첩선을 침투시키는 것은 부정적이지만 민간 교류협력에 응하는 것은 긍정적이라는 얘기다. 이는 과거의 정부가 비난해 온 ‘북한의 이중성(二重性)’에 대한 매우 의미있는 인식전환이다. 그러나 포용정책도 기본합의서의 극히 일부분을 실천하는데 불과하다. 그 실천을 넓혀가는 것이 한반도 평화와 공영(共榮)의 길이다.
〈김재홍 논설위원〉nieman96@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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