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與합당 '대세'서 "상황따라"…朴총재 '총리도 반대'암시

  • 입력 1999년 11월 23일 19시 57분


자민련 박태준(朴泰俊)총재의 ‘합당 불가 여론몰이’가 가속화하면서 공동여당의 합당논의가 ‘대세론’에서 ‘상황론’으로 기우는 분위기다.

22일 대전에서 묵은 박총재는 23일 오전 기자간담회를 갖고 ‘합당 불가’ 소신을 거듭 확인했다. 그는 한발 더 나아가 “합당 등 정치적인 문제에 대해 김종필(金鍾泌)국무총리와 나는 생각이 완전히 일치돼 있다”면서 김총리 생각도 ‘합당 반대’임을 암시했다.

박총재는 이어 “충청권 의원 중 어느 한분도 합당에 동의하지 않는 것으로 안다”면서 당내 일부의 합당지지 주장을 무시했다. 또 김총리의 자민련 복귀 때 총재직 이양 여부에 대해 “그 분이 직접 당을 지휘하는 게 당세 확장에 효과적”이라며 자민련이 내년 총선에 독자적으로 임할 뜻을 은근히 강조했다.

그러나 꼭 그렇게 될지에 대해선 회의적 시각이 적지 않다. 무엇보다 자민련의 ‘오너’인 김총리의 속내가 분명치 않아 박총재 발언은 여전히 ‘전문경영인’의 ‘잠정결론’ 정도로 받아들여지는 분위기다.

그러면 김총리의 입장은 무엇일까.

김총리의 한 핵심 측근은 “총리는 본래 불변의 소신보다 그때 그때 주변상황에 따르는 스타일”이라며 “선거구제가 결정된 뒤 합당 여부에 대한 입장을 밝힐 것”이라고 말했다.

자민련의 한 의원도 “총리는 일단 박총재에게 힘을 실어 중선거구제를 추진한 뒤 이것이 여의치 않으면 합당 쪽으로 선회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총재가 이날 간담회에서 중선거구제가 안될 경우의 행보에 대해 “생각해본 적이 없다”며 답변을 유보한 것도 김총리의 이런 속마음을 읽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많다.

〈송인수기자〉issong@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