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이미경의원 "나는 파병 찬성"…소신따라 당론거부

  • 입력 1999년 9월 28일 23시 11분


28일 오후 동티모르 전투병파견에 대한 국회 표결을 앞두고 한나라당 의원들이 퇴장하는 순간 잠시 장내가 술렁였다.

한나라당 이미경(李美卿)의원이 당론과 배치된 파병찬성입장을 밝히기 위해 의사진행발언을 신청했기 때문. 이의원은 4월 당론을 어기고 노사정위원회법에 찬성했다는 이유로 당권이 정지된 상태.

당황한 이부영(李富榮)총무 등이 단상을 향하던 이의원을 가로막고 “갑자기 왜 이러느냐”며 저지했다.

그러나 5분여의 실랑이 끝에 기어코 단상에 오른 이의원은 “지난 24년동안 동티모르에서는 고문과 강간 처형 등 모든 종류의 폭력이 무자비하게 자행됐으며 주민 75만명 중 최소한 20만명이상이 사망했다”고 동티모르의 참혹한 인권유린 실태를 소개했다. 감정이 북받쳐 눈시울을 적신 이의원은 “학살만행이 80년 광주와 너무나 흡사하다”며 “전투병파견으로 세계에서 도덕적 발언권을 높여야 할 때”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의원은 93년 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사무국장시절 동티모르의 참상을 전해듣고 줄곧 이 지역의 인권문제에 관심을 기울여 왔다는 후문.

발언이 끝나자 한나라당 의원들은 이의원을 강하게 비난한 반면 여당측에서는 “15대 국회 최고의 소신발언”(국민회의 장성원·張誠源의원)이라고 추켜세우는 등 반응이 극명하게 엇갈렸다.

발언을 마친 뒤 이의원은 한나라당이 인도네시아와의 관계악화를 반대이유로 내세운 것에 대해서도 “인도네시아의 민주화세력은 동티모르의 독립을 원하고 있다”며 “불의한 군부의 비위를 맞추기 위해 전투병 파견을 반대하는 것은 잘못된 일”이라고 소신을 굽히지 않았다.

〈정연욱기자〉jyw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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