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이미경(李美卿)의원이 당론과 배치된 파병찬성입장을 밝히기 위해 의사진행발언을 신청했기 때문. 이의원은 4월 당론을 어기고 노사정위원회법에 찬성했다는 이유로 당권이 정지된 상태.
당황한 이부영(李富榮)총무 등이 단상을 향하던 이의원을 가로막고 “갑자기 왜 이러느냐”며 저지했다.
그러나 5분여의 실랑이 끝에 기어코 단상에 오른 이의원은 “지난 24년동안 동티모르에서는 고문과 강간 처형 등 모든 종류의 폭력이 무자비하게 자행됐으며 주민 75만명 중 최소한 20만명이상이 사망했다”고 동티모르의 참혹한 인권유린 실태를 소개했다. 감정이 북받쳐 눈시울을 적신 이의원은 “학살만행이 80년 광주와 너무나 흡사하다”며 “전투병파견으로 세계에서 도덕적 발언권을 높여야 할 때”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의원은 93년 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사무국장시절 동티모르의 참상을 전해듣고 줄곧 이 지역의 인권문제에 관심을 기울여 왔다는 후문.
발언이 끝나자 한나라당 의원들은 이의원을 강하게 비난한 반면 여당측에서는 “15대 국회 최고의 소신발언”(국민회의 장성원·張誠源의원)이라고 추켜세우는 등 반응이 극명하게 엇갈렸다.
발언을 마친 뒤 이의원은 한나라당이 인도네시아와의 관계악화를 반대이유로 내세운 것에 대해서도 “인도네시아의 민주화세력은 동티모르의 독립을 원하고 있다”며 “불의한 군부의 비위를 맞추기 위해 전투병 파견을 반대하는 것은 잘못된 일”이라고 소신을 굽히지 않았다.
〈정연욱기자〉jyw1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