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대통령, 개혁고삐 더욱 죈다…속도조절론에 쐐기

  • 입력 1999년 9월 3일 19시 04분


국민회의 이종찬부총재가 “국민은 개혁에 지쳐 있다”고 말한 지 하루만에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이 “개혁을 멈출 수는 없다”고 ‘쐐기’를 박았다.

김대통령은 3일 국민회의 지도부로부터 주례 당무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개혁에는 항상 피곤과 고통이 따르게 마련이지만 환부를 도려내는 수술 없이는 잘못된 관행을 치유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김대통령은 “국민이 피곤하다고 해서 그런 여론에 영합한다면 우리에게 밝은 미래가 없다”고 말하고 “확고한 자세로 개혁을 추진해 나가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김대통령의 이같은 발언은 물론 개혁의 당위성을 강조하기 위한 것이지만 이부총재가 이른바 ‘개혁속도 조절론’을 편 지 하루만에 나왔다는 점에서 관심을 모은다.

당 안팎에서는 김대통령이 ‘개혁 저항세력’을 향해 일종의 ‘경고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여권 내부에서조차 개혁의 속도에 불만을 표출하고 있는 상황을 심각하게 인식하고 있다는 의미다.

국민회의 한화갑(韓和甲)사무총장이 청와대 주례보고 후 기자들에게 “누구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재벌개혁에 저항하는 세력이 있다”고 경고한 것이나 이영일(李榮一)대변인이 “‘국민의 정부’의 경제개혁에는 성역이 없다”고 가세한 것도 김대통령의 이런 의중에 따른 것.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 안팎에서는 개혁의 속도 조절론과 안정론에 공감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은 실정이다.

현대전자 주가조작사건만 하더라도 청와대 일부 핵심참모들까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이유로 이익치(李益治)현대증권회장의 사법처리와 수사확대에 신중론을 펼 정도다.

〈양기대기자〉k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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