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김계관 「미사일발언」 진의 아리송

  • 입력 1999년 8월 9일 23시 40분


北 '우리도 불만'
北 '우리도 불만'
북한 김계관(金桂寬)외무성부상이 7일 제네바에서 기자들에게 밝힌 윌리엄 페리 미국 대북정책조정관의 권고안 및 미사일 발사에 대한 입장은 다소 모호하다.

김부상은 우선 ‘페리권고안’에 대해 “접수할 수 없는 요구가 들어 있어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거부입장을 밝혔다. 김부상은 ‘접수할 수 없는 요구’란 ‘(우리에게) 미사일을 쏘지 말라는 것’이라고 명시했다.

그러나 그는 “미국이 북한을 적대시하는 정책을 그만두면 미사일 발사중지 문제를 고려할 수 있다”고 말했다. “미사일을 쏘지 말라”는 압력 때문에 ‘페리권고안’을 받아들일 수는 없지만 조건만 맞으면 미사일 발사중지도 고려할 수 있다는 얘기였다. 정부 당국자들은 김부상 발언의 무게중심이 ‘권고안 수용불가’보다는 ‘미사일 발사중지 고려’, 즉 ‘협상의사’ 쪽에 있다고 분석한다.

제네바 북―미 고위급회담에 임하는 북한측의 태도가 이전에 비해 훨씬 누그러졌다는 게 이같은 분석의 근거다.

북한측은 지난해 8월 ‘대포동 1호’ 미사일을 발사하기 직전엔 “미사일을 쏘지 말라”는 미국의 요구에 대해 “그딴 얘기 하지 마라. 그냥 두고 보라”며 일축했었다. 그러나 이번 회담에서는 미국측이 내미는 협상안을 구체적으로 검토하는 등 추후 협상의 여지를 남겼다.

북한측이 미사일 발사중지의 조건으로 제시한 ‘미국의 북한 적대시정책’ 철회와 관련해서도 여러가지 해석이 나온다. 정부 관계자들은 7월30일 북한 중앙방송이 제시했던 ‘미―북 관계개선 5가지 전제조건’을 미사일 발사중지의 조건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중앙방송은 당시 단기조치로 △대북 제재 △군사위협 △(한미일)공조 등의 중단, 장기조치로 △주한미군 철수 △평화협정 체결 등을 제시했다.

외교통상부의 한 관계자는 “지금 분위기로 볼 때 비록 날짜를 못박지는 않았지만 북―미 간에 추가 협상이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윤영찬기자〉yyc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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