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대표연설 배경]「박태준자성론」정가 쇼크

  • 입력 1999년 7월 2일 19시 22분


자민련 박태준(朴泰俊)총재가 1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여권의 뼈아픈 자성론(自省論)을 촉구한 것을 놓고 정가에 뒷말이 무성하다. 이는 그동안 청와대, 국민회의와 다른 목소리 내기를 꺼리는듯이 보였던 박총재의 ‘어조’가 상당히 달라졌고 경우에 따라서는 향후 정국전개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박총재는 2일 자성론을 편 배경에 대해 “정부 여당이 잘못한 게 있으면 반성을 해야지 그냥 넘어가면 안된다는 뜻에서 연설을 했다”면서 여권의 자기 반성을 거듭 주장했다.

그는 “앞으로 공직자 경조비 수수금지 조치, 국민연금과 의료보험 문제 등 국민의 불만을 사는 정책을 재고할 것”이라며 “이런 얘기를 앞으로도 자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같은 박총재의 ‘변신(變身)’에 대해 자민련의 한 고위당직자는 “박총재는 ‘6·3’ 재선거 과정에서 민심을 체험한 뒤 상당히 충격을 받고 생각이 달라진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이 당직자의 얘기는 ‘당내 불만세력들을 염두에 둔 계략적 발언’이라는 해석과 궤를 달리하는 것이어서 관심을 끌 만한 대목.

○ …아무튼 자민련 내에서는 일제히 환영하는 반응이다. 한 의원은 “김대중(金大中)대통령과 매주 주례회동을 하는 공동정권의 파트너로서 ‘대통령 주변 사람들이 대통령의 눈과 귀를 가리고 있다’는 세간의 지적에 박총재 스스로 자신의 역할을 다시 생각한 것 같다”고 말했다.

청와대나 국민회의측 반응은 물론 달랐다. 청와대 관계자는 “자기도 분명히 여당인데 그런 얘기를 할 수 있느냐”고 했고 국민회의의 한 당직자는 “정권이 어려울 때 자신만 살자고 입바른 소리를 해서야 되겠느냐. 박총재의 연설을 듣고 깜짝 놀랐다”고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따라서 앞으로 관심을 가지고 지켜볼 일은 청와대나 국민회의측의 박총재에 대한 불만 등 ‘여진(餘震)’이 정국에 얼마큼 영향을 미치느냐 하는 문제다.

○…한편 한나라당은 박총재의 주장을 신선한 충격으로 받아들이면서도 말로만 그칠 것을 우려했다. 안택수(安澤秀)대변인은 논평에서 “해법은 알면서 실천은 제대로 못하는 자민련의 현주소를 그대로 보여줬다”고 꼬집었다.

〈송인수기자〉is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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