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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1999년 6월 4일 19시 2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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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찬 전임 원장을 비롯한 ‘제1기’ 국정원 수뇌부는 정치적인 고려가 작용해 짜여진 진용이었다.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이 집권초기 확고한 국정운영기반을 다지기 위해 자신의 통치철학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측근인사들을 핵심요직에 앉힌 것이었다.
그러나 이제 국정의 기본틀을 어느 정도 갖추게 됐고 국정원 자체의 구조조정도 마무리된 상황이어서 ‘제2기’ 국정원 수뇌부는 정보기관 본연의 임무에 보다 충실할 수 있는 진용으로 짜겠다는 생각을 한 듯하다.
신임 차장급 간부들이 모두 비정치권 전문가라는 점도 이같은 분석을 뒷받침한다.1,2차장과 기조실장 중 두 명을 내부발탁한 것은 강도높은 구조조정을 거치면서 실추된 국정원 내부의 사기를 진작시키려는 의도도 보인다.
다만 대북전문가인 엄익준(嚴翼駿)씨를 국내담당인 제2차장에 임명한 것은 다소 이례적이다.
이번 인사로 국정원의 기능과 역할 변화가 예상된다. 새 수뇌부의 면면으로 볼 때 일단 국정원이 철저하게 ‘음지(陰地)’로 잠복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리고 무엇보다 김대통령이 직할하는 ‘친위대’로서의 성격과 기능이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는 ‘제2기’ 내각을 친정체제로 구축한 것과도 같은 맥락이다.
따라서 자신들의 정치적 입지를 의식해 ‘무리한’ 활동을 자제하던 ‘제1기 국정원’ 수뇌부와는 달리 ‘제2기’ 국정원 수뇌부는 대통령의 의중을 여과없이 수행하는 ‘과거형’이 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도 대두되고 있다.
〈최영묵기자〉moo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