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봉균재경장관의 「정권홍보」…DJ 경제업적 자랑

  • 입력 1999년 6월 4일 00시 02분


실업문제 등 현안이 산적해 있고 부유층의 과소비 열풍, 장관부인들의 옷로비의혹 사건 등으로 나라 전체가 어수선한 가운데 수석경제부처인 재정경제부장관이 대통령의 업적 홍보에만 열을 올려 빈축을 사고 있다.

재경부는 3일 오전 11시경 출입기자들에게 ‘오후 3시10분 강봉균(康奉均)장관이 기자회견을 갖는다’고 긴급 통보했다. 방송사에는 카메라기자의 참석까지 요청했다. 기자회견이 열린 7층 대회의실은 재경부가 대형 경제정책을 발표할 때나 활용하는 장소로 여간해선 문을 열지도 않는 곳.

국내 전 언론사가 주시하는 가운데 강장관은 발표문을 읽어 나갔다. 발표문은 전날 재경부가 보도자료로 배포한 ‘지켜진 대통령의 약속’보고서의 요약. 지난해 초 ‘1년반 만에 경제를 회복시키겠다’고 했던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의 약속이 지켜졌다는 내용이었다. 이 보고서는 ‘신판 용비어천가’라는 비판을 받을 정도로 자화자찬으로 가득찬 것이었다.

어이없어하는 기자들에게 강장관은 “‘지켜진 대통령의 약속’ 보고서가 충분히 홍보되지 않아 이를 다시 강조하기 위해 자리를 마련했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며칠 전에 나갔던 KBS의 뉴스라인 프로에 이날밤 다시 출연해 경제성과를 홍보했다.

재경부장관은 경제정책을 총괄하며 한국경제의 재도약을 책임지는 자리. 그런 자리에 취임한지 11일째인 강장관이 국내언론사를 모두 불러놓고 국민에게 내놓은 첫작품은 ‘정권홍보’와 ‘정부의 자기자랑’이었다.

〈임규진기자〉mhjh2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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