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대통령,『김정일 통치력 인정』이례적 언급

  • 입력 1999년 3월 24일 19시 14분


24일 김대중(金大中)대통령에 대한 통일부 국정개혁보고의 핵심은 지난 1년간 추진해 온 대북 포용정책의 성과를 바탕으로 앞으로도 일관성 있는 정책을 추진하겠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이날 보고를 한 통일부나 보고를 받은 김대통령이나 이른바 ‘햇볕정책’이 거둔 성과에 대해 상당한 자부심을 표명하고 앞으로의 남북관계를 낙관적으로 전망했다. 김대통령은 구체적으로 김정일(金正日)체제의 안정 등 북한의 장점과 경제파탄 등 단점을 예시한 뒤 김정일의 현실적인 통치력을 인정해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대통령이 공식석상에서 북한 지도자의 역량을 긍정적으로 언급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통일부가 올해 추진할 대북정책을 3단계로 구분해 이를 시행할 ‘계획표’까지 밝힌 배경에도 대북정책에 대한 나름대로의 자신감이 깔려 있다.

그러나 상대가 북한이라는 현실을 감안하면 이같은 단계별 계획을 밝히는 것은 작지 않은 부담이 따르는 모험일 수도 있다. 정부의 예측과 기대대로 남북관계가 풀려 나간다면 다행이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 그에 따르는 책임을 북한측에만 전가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특히 통일부가 “일부 이견이 있지만 대북정책은 성과를 거둘 것”이라며 현 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한 보수층 등의 비판을 평가절하한 것에 대해서는 남북관계의 현실을 너무 안이하게 보는 게 아니냐는 비판을 불러일으킬 수 도 있다.

한 전문가는 비판론자들의 지적도 겸허히 수용해 보다 사려깊게 정책을 추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기흥기자〉eligi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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