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삐걱거리는 당정협의]조직개편등 『혼선 투성이』

  • 입력 1999년 3월 10일 19시 37분


<<각종 정책현안에 대한 당정간 조율 부재가 심각하다. 이에 따라 빚어지고 있는 정책난맥상에다 공동정권 내의 여―여갈등까지 겹쳐 국민사이에 여권의 전반적인 국정운영 역량에 대한 불신감이 고조되는 분위기다. 야측은 벌써부터 “언제까지 국정 실험으로 민생을 불안하게 할 것이냐”는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고 여권 내에서도 이같은 난맥상은 국정운영을 전반적으로 조율할 제도적 장치부재 때문이라는 진단이 나오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국민회의는 10일 ‘당정협의 강화’를 내걸고 나섰다.

김대중대통령도 당이 주도적 조율기능을 할 것을 주문했다는 후문이다. 그러나 당이 정치의 중심에 서기 어려운 구조적인 한계상황 속에서 국정조율을 원활히 해나갈 수 있을지는 여전히 낙관적으로 보기 힘든 상황이다.>>

여권의 국정난맥상에 끝이 보이지 않는다.

국민연금 확대실시와 한자 병기(倂記)파문에 이어 제2차 정부조직개편과 농축임협 통합추진, 중대선거구제 발언 등까지 온통 혼선 투성이다.

민감한 사안마다 당정협의가 겉돌고 국민회의 자민련간 여―여갈등도 날로 심각성을 더해간다. 때로는 국민생활과 직결된 문제가 청와대도 모르게 추진되는 어처구니없는 상황도 벌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기획예산위가 최근 발표한 2차 정부조직개편 시안은 혼선만 낳고 결과는 불투명한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국민회의와 자민련은 기획예산위가 언론에 공개하기 직전 개편시안을 넘겨주는 등 사전조율이 없었다며 불만을 터뜨린다. 특히 자민련과 한나라당의 반발이 거세 사실상 개편안의 국회 처리가 불가능한 상태다.

여당의원들은 공무원 조직 동요 등을 거론하며 “가뜩이나 어려운 상황에서 정부가 쓸데없는 짓만 골라서 한다”고 성토한다. 또 농림부가 8일 발표한 농협 축협 임협 인삼협 통폐합 방침도 일선 조합이 거세게 반발해 실현 여부가 불확실하다.

그러나 이 문제에 대해 정부가 통폐합방안 발표 직전 여당측에 내용을 알려주는 게 고작이었다. 그 후에도 공식적인 당정협의가 없었다.

○…김정길(金正吉)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의 중대선거구제 검토발언도 여권 내의 사전조율없이 불쑥 튀어나와 혼선만 불러일으키는 실정.

또 국민연금 확대실시와 한자병용추진 역시 충분한 사전준비 없이 정부가 덜컥 방침을 밝혀 혼선을 초래했다. 특히 국민연금 확대실시 문제는 보건복지부가 김대중대통령에게 보고조차 하지 않고 시행을 발표하는 등 현정권의 난맥상을 극명하게 보여준 대표적인 사례였다.

○…이같은 국정난맥상에 대해 여권 내에서는 자성의 분위기가 팽배하다. 국민회의 동교동계 핵심관계자는 “여당이 민감한 국정현안에 대해 뒷북을 치기 일쑤고 정부를 주도적으로 이끌지 못하는 등 우왕좌왕하고 있다”며 “당이 강력한 추진력을 갖고 정부를 견제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다른 당직자도 “일부 사안에 대해서는 당이 정부측과 정책을 조율하거나 주도할 능력도, 그럴 의사도 없는 것으로 비쳐지는 경우가 있다”고 자탄했다.

김원길(金元吉)정책위의장은 “한자병기와 과세특례제 폐지 등 입법사안이 아닌 문제에 대해 당정협의가 소홀한 측면이 있었다”고 시인한 뒤 “앞으로 이런 문제를 더욱 정교하고 짜임새있게 챙기기 위한 실무협의회를 자주 가질 예정”이라고 말했다.

또 공동여당의 이해가 엇갈린 사안에 대해 국민회의는 “자민련이 당리당략에 의해 사사건건 반대만 한다”고 주장한 반면 자민련은 “우리가 들러리냐”고 반발, 의견조율이 힘든 형편이다.

○…한나라당은 정부조직개편안 시안과 중대선거구제 발언을 예로 들며 선후(先後)가 잘못됐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여권이 국민에게 약속한 권력구조개편, 즉 ‘연내 내각제 개헌’문제를 매듭짓지 못하고 있는 상태에서 정부조직개편이나 선거구제를 거론하는 것은 마치 집구조를 한옥으로 할지 양옥으로 할지도 결정하지 않고 서까래와 구들장을 먼저 놓자고 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안택수(安澤秀)대변인은 “정권이 출범한 지 1년이 지났다. 언제까지 실험정신으로 국정을 운영할 참인가”라고 꼬집었다.

〈양기대·송인수기자〉k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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