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司正의 끝엔 뭐가 있을까』…野 「DJ의중」파악 고심

  • 입력 1998년 9월 17일 19시 14분


한나라당이 사정(司正)에 관한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의 의중 분석에 골몰하고 있다. 김대통령의 속내를 분명히 파악해야 대응책을 마련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나라당은 그동안 여권의 사정 의도를 파악하는 과정에서 오락가락해 왔다. 초기에는 여권의 과반수 의석확보와 국민회의의 개헌저지선인 원내 1백석 확보를 위해 사정을 수단으로 삼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야대(野大)’ 구도가 무너지면 사정도 마무리될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이회창(李會昌)총재체제가 출범하면서 대선자금 수사가 시작되자 ‘이회창흔들기’라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졌다. 이총재가 극력 저항하는 것도 바로 이런 판단에 따른 것이었다.

검찰의 이기택(李基澤)전부총재 소환계획이 알려진 뒤에는 김대통령이 야당 무력화를 염두에 두고 있다는 시각이 많아졌다. 이전부총재는 “경제가 갈수록 악화되는 상황에서 야당이 대정부 투쟁의 주체가 되는 것을 막기 위해 김대통령이 본격적인 야당파괴에 돌입한 것 같다”고 진단했다.

김대통령이 사정의지를 재천명한 17일에는 ‘장기집권 음모’ ‘노벨평화상을 겨냥한 포석’이라는 얘기도 나오기 시작했다. 한 당직자는 “호남장기집권 기반조성을 위해 사정을 통해 정치판 자체를 새로 짜려는 구상을 갖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고 안상수(安商守)대변인도 “야당말살 후 국회를 무력화시켜 독재권력을 구축하려는 의도임이 명백하다”고 주장했다.

한 중진의원은 “김대통령이 노벨평화상을 염두에 두고 올해는 야당을 무력화한 뒤 내년부터 남북문제에 전념하려는 계획에 따라 사정을 추진하고 있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김차수기자〉kimc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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