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한동씨 DJ비자금 발언파문]여야 원색 공방전

  • 입력 1998년 7월 19일 19시 29분


19일 한나라당 이한동(李漢東)총재대행과 국민회의 정균환(鄭均桓)사무총장이 벌인 기자회견 공방은 이틀 앞으로 다가온 ‘7·21’ 재보궐선거를 의식했기 때문인지 ‘원색적 공방’에 가까울 정도로 뜨거웠다.

이총재대행은 이날 “매우 착잡하고 분노하는 심정으로 이 자리에 섰다”는 말로 기자회견을 시작했다. 그는 회견의 대부분을 여당의 불법선거운동 사례를 꼽는 데 할애했다.

“야당의원과 시장군수들을 마구잡이로 빼가고….” “서초에서, 광명에서, 대구에서, 부산에서 여당후보의 향응을 우리당에 고발해 온 건수가 선거기간 내내 하루에도 수십건에 이른다.”

이대행은 이날 회견중 ‘YS(김영삼·金泳三전대통령)비자금’과 함께 정가에서는 ‘이미 꺼진 불’로 인식돼온 ‘DJ(김대중·金大中대통령)비자금’까지 거론했다. 그는 ‘DJ비자금’이 금권선거운동에 집중투입됐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한 당직자는 “확실한 증거를 갖고 있는 것은 아니다”면서 “그러나 여당이 공식적인 선거자금으로는 할 수 없는 엄청난 금권선거를 하고 있는 것으로 볼 때 그같은 추측이 충분히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대행의 이같은 기자회견 내용에 국민회의가 가만있을 리가 없었다. 국민회의는 이날 오후 곧바로 정사무총장을 내세워 이대행의 발언을 강력히 비난하고 나섰다.

정총장은 우선 “선거를 불과 며칠 앞두고 걸러지지 않은 내용을 주장하는 것은 평소 이총재대행 답지 않은 태도”라며 “아무리 선거가 급해도 이렇게 할 수 있느냐”고 반박했다. 그는 전반적으로 이대행의 회견을 ‘궁지에 몰린 야당의 정치쇼’로 비난했다.

정총장은 회견 후 기자에게 “이대행의 말을 듣고 나서 깜짝 놀랐다”며 “이대행의 발언내용이 사실이 아닌 것을 확신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기본적으로 한나라당이 과거 여당시절 금권 관권선거를 해왔기 때문에 이번에도 여당이 그러지 않을까 하고 잘못 상상해 정치쇼를 벌인 것 같다”고 비난했다.

〈문 철기자〉fullm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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