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당명부제」진통예상]국회의원 「제살깎기」할까?

  • 입력 1998년 7월 2일 19시 41분


여권이 추진중인 정치개혁의 핵심중 하나는 정당명부제의 도입이다.

갈수록 심화되고 있는 ‘동서분할’‘여서야동(與西野東)’현상의 근본치유 없이는 개혁완수가 불가능하다는 판단을 하고 있는 여권으로서는 정당명부제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특히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이 이에 강한 집착을 보이고 있기 때문에 국민회의 등 여권수뇌부는 16대 총선에서 이를 ‘반드시’ 도입한다는 생각이다.

국민회의는 이를 골자로 하는 선거법개정안을 올 정기국회에서 처리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를 위해 이미 2백99명인 국회의원정수를 2백50명으로 축소하고 이중 비례대표의원정수를 90명 정도로 한다는 시안도 마련해 놓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안팎의 걸림돌이 만만치 않다는 데에 있다.

무엇보다 의석수가 대폭 감소하는 데 대해 현역의원들의 반응이 탐탁할리가 없다. 더욱이 지역구를 축소조정할 경우 호남지역의 인구가 상대적으로 적어 ‘피해’가 클 것으로 예상되는 국민회의의원들은 내색은 못하지만 상당한 불만과 걱정을 안고 있다.

중진과 신진의원들 간의 상반된 이해관계도 걸림돌이다. 초 재선의원들은 비례대표제가 도입될 경우 원내진출기회가 줄어들기 때문에 정당명부제에 대해 부정적이다.

반대론자들은 또 정당명부제의 실효성에 대해서도 이의를 제기한다. 여권수뇌부는 정당명부제가 도입되면 동서교차당선이 가능해져 지역분할구도가 희석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별 효과를 거두지 못할 것이라는 주장이다. 여야 모두 동서 상대지역에서의 지지기반이 취약하기 때문에 비례대표를 선출한다 해도 극소수에 그칠 것이라는 분석이다.

거대야당인 한나라당이 정당명부제에 반대한다는 당론을 정한 것도 여권으로서는 큰 부담이다.

이같은 정황은 현역의원들의 ‘집단이기주의’에 의해 의원정수축소 및 선거구조정이 불가능해질 수도 있다는 점을 예고해준다. 현역의원들에게 정치개혁작업을 맡긴 것도 구조적인 한계라는 지적이 많다.

그러나 여권수뇌부의 의지는 단호하다. 국민회의 정균환(鄭均桓)사무총장은 2일 “각 분야가 구조조정의 고통을 겪고 있는데 정치권이라고 해서 예외가 될 수는 없다”면서 “신속하고도 과감하게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김대통령이 동서화합을 위해 장기적으로는 성공적인 국정운영, 단기적으로는 선거구조정이 유일한 방법이라는 인식을 갖고 있기 때문에 이의 도입은 시간문제”라고 말했다. 여권이 장애물들을 어떻게 제거해 나갈지 관심사다.

〈최영묵기자〉moo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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