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J「北잠수정 발언」배경]「햇볕론」논란 의식 강경대응

  • 입력 1998년 6월 30일 20시 01분


북한 잠수정 침투사건에 대해 남북 공동조사를 실시하라는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의 30일 지시는 북한의 책임을 강력히 추궁함으로써 대북 ‘햇볕론’에 대한 일부의 반발과 오해를 가라앉히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이번 사건은 본질적으로 이중성을 갖고 있다. 사건에 대한 책임을 강하게 추궁할 경우 남북관계는 경색되고 ‘햇볕론’으로 표현되는 정부의 대(對)북한 포용정책은 후퇴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잠수정을 이용한 북한 공작원의 남쪽 해안 상륙이 명백한 사실로 드러났는데도 ‘햇볕론’을 내세워 방관만 할 수도 없다. 어떤 형식으로든 정부가 선(線)을 그어줘야 한다.

더욱이 이번 사건은 정부 출범이후 첫 ‘안보상황’이었기 때문에 앞으로 유사한 사건이 일어날 경우 준거가 된다.

김대통령은 이런 미묘한 상황에서 일단 강력한 대응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고 할 수 있다. 그의 대북정책 3원칙 중 ‘북한의 무력도발 불용’과 ‘화해 협력의 적극 추진’이 상충하는 상황에서 전자에 더 무게를 두는 쪽으로 대응방침을 정했다는 얘기다.

김대통령의 지시대로 남측이 판문점에서 잠수정 유류품과 승조원 시신을 늘어놓고 남북 공동조사를 요구할 경우 북한이 느낄 압박감은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이는 대북 지원 중단과 같은 제재조치를 제외할 경우 정부가 북한에 취할 수 있는 가장 수위 높은 대응책의 하나다.

김대통령의 이같은 대응은 사회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햇볕론’에 대한 우려가 최근에는 정치권의 논란으로 확산될 만큼 심화되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문제는 이제부터다. 정부의 강경대응에 북한측이 성의를 보이지 않을 경우 정부는 선택의 딜레마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 북한이 공동조사에 응하지 않을 경우 대응조치의 수위를 한 단계 더 높여야 하는데 이런 식으로 수위가 높아질 경우에도 과연 ‘햇볕론’을 계속 유효할지에 대한 의문이 다시 제기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공은 북한측 코트로 넘어가 있다. 북한이 이번 사건이 정전협정 위반임을 시인하고 몇가지 성의있는 반응을 보여준다면 사건 마무리를 위한 정부의 선택의 폭은 그만큼 넓어지기 때문이다.

〈한기흥기자〉eligius@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