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장선거 대접전]엎치락뒤치락 「한밤 혈투」

  • 입력 1998년 6월 5일 06시 26분


“영차 영차, 조금만 더 떠라. 와 미치겠다.”

득표율 1%차 안에서 일희일비(一喜一悲)하는 ‘택시미터기 접전’이 부산시장 선거에서 벌어졌다.

개표 방송을 지켜본 각 후보자 상황실은 1분단위로 박수와 환호, 탄식이 터져나왔다. 관전자의 피를 말리는 접전은 밤늦게까지 계속됐고 최후의 승자는 개표 3시간만에 역전에 성공한 한나라당 안상영(安相英)후보였다.

오후6시 각 방송사의 당선 예측 결과 발표가 나올 때만 해도 무소속 김기재(金杞載)후보가 한나라당 안후보를 물리칠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개표가 시작되면서 이런 예측은 완전히 빗나갔다. 방송사의 보도가 비록 ‘오차 한계’이내였지만 양측 후보진영 모두 이같은 피 말리는 상황은 예상하지 못했다.

접전은 오후7시경부터 시작된 개표 초반부터 시작됐다. 불과 수십표 차로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던 상황은 1시간 뒤 김후보가 5백표가량 앞섰고 이때 부산진구 양정동 삼익파이낸스 상황실에 도착한 김후보는 TV를 지켜보던 지지자 3백여명으로부터 박수와 환호를 받으며 만세삼창을 부르기도 했다. 그러나 잠시 뒤 한나라당 안후보에게 다시 근소한 차이로 뒤지자 환호는 초조로 변했다.

엎치락 뒤치락하던 상황이 오후9시가 넘어서면서 김후보의 0.3∼0.6% 우세로 바뀌자 김후보 지지자들은 “영차 영차”를 외쳐대며 득표율이 올라가기를 열심히 응원했다.

비슷한 시간 한나라당 부산시지부는 자신들의 정치적 텃밭이라고 자부해온 부산에서 안후보가 초반전에 잠시 앞서다 계속 뒤지자 침통한 모습을 감추지 못했다.

선거대책본부가 설치된 수영구 남천동 시지부 사무실에는 신상우(辛相佑)공동선대위원장과 김진재(金鎭載)선대본부장 김무성(金武星)총괄기획단장 등 3명만이 모습을 보였다.

오후9시20분경 안후보가 김후보를 5백∼6백표 차로 앞서자 김총괄기획단장이 “박수나 한번 치자”고 제의, 박수가 세차례 이어졌으나 곧이어 김후보가 앞서자 아쉬운 듯 한숨을 지었다.

이런 분위기는 밤10시경 또다시 안후보가 앞서기 시작한 뒤 표차를 벌려가자 점차 바뀌었으나 선거대책본부 관계자들은 언제 또다시 역전될지 모른다는 초조감을 감추지 못했다.

하지만 밤11시이후 표차가 1%안팎으로 벌어지면서 한나라당 선대본부의 초조했던 분위기는 한숨섞인 ‘안도’로 바뀌었다.

〈부산〓조용휘·전승훈기자〉silen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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